서정주의 <국화 옆에서> 시에서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운 까닭은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 인데, 영국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워즈워스(William Wordsworth, 1770~1850)의 시 <향기로운 대기는 평온하다 Calm is the fragrant air>에서 쏙독새는 일과를 마친 양치기가 잠든 집 주위에서 부지런히 부릉부릉 흰 나방을 쫓고 있다(The busy dorhawk chases the white moth / With burring note...).
dorhawk는 goatsucker라고도 하는 쏙독새이다. 쏙독새가 goat(염소)의 젖을 빠는 새(sucker)라는 인식은 야행성인 이 새가 밤에 민가의 외양간에 몰래 와 염소의 젖을 훔쳐 먹었다는 전설 때문이다. 요즈음은 쏙독새를 nightjar라고 한다. 밤에 jarring 하면서 소리를 내는 데서 유래한 명칭이다.
▶유럽쏙독새(학명 Caprimulgus europaeus) 울음 소리 유튜브. 영국인에게 jar jar jarr jar jar jar jar jar jar jar로 들리는 모양이다.
스페인어로 쏙독새는, 영어처럼, chotacabras(chotar 젖을 빨다 + cabras 염소들)이고, 다른 말로 engañapastores(문자 그대로, 목동을 속이는 새)이다. 낮에는 보이지 않다가 어둑어둑 해지면 슬그머니 나타나 양치기를 놀라게 한 새이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 chotacabras 초따까브라스 = engañapastores 엔가냐빠스또레스. ~s는 복수를 뜻하는 어미인데, 어휘 원형이 복수형이다. 여러 마리 염소의 젖을 빨고 여러 목동을 놀라게 하기 때문에 원형이 복수이다.
스페인 바야돌리드 태생의 소설가 미겔 델리베스(Miguel Delibes, 1920~2010)의 <쥐들 Las ratas>(1962), 1950년대 자연에 의지해서 사는 빈곤하지만 정직한 까스띠야 사람들을 그린 소설의 주인공, 14살 먹은 소년 엘 니니(El Nini)가 개를 데리고 어미가 죽은 새끼 여우를 땅굴에서 꺼내기 위해 깜깜한 밤에 참나무 뒤에 숨어 기회를 엿보고 있을 때 머리 위로 날아간 새가 쏙독새(engañapastores)이다.
La madriguera se abría en la cara norte de la vagueda y el niño se apostó tras un encina*, la perra dócilmente enroscada bajo sus piernas. La escarcha le mordía, .... los engañapastores aletaban blandamente por encima de él, muy cerca de su cabeza. 여우굴의 입구는 계곡 바닥의 북쪽에 있을 것이고, 엘 니니는 가시나무 뒤에 자리를 잡았고 개는 그의 발치에서 얌전하게 몸을 동그랗게 감았다. 서릿발이 내린 추위에 입을 꽉 물었다.... 쏙독새들이 부드럽게 날갯짓을 하며 소년의 머리 바로 위로 날아갔다.(*encina '가시나무'는 가시가 있는 나무가 아니라 우리나라 남부지방에 있는 참나무의 일종인 개가시나무처럼 스페인에 흔한 지중해가시나무이다).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chotacabras를 "야행성 조류로 곤충을 먹이로 하고, 길이가 25cm 이고, 부리는 작고 약하고 끝이 약간 굽었고, 깃털은 회색인데 머리와 멱과 등에 검은 반점과 줄이 있고, 배는 붉은색이고 흰 띠가 있고 입주위에 잔털이 있고, 눈은 크고, 날개는 길고 꼬리는 각이 졌다"라고 묘사하며 동의어로 engañapastores 등을 열거했다.
▶우리나라 쏙독새 (학명 Caprimulgus indicus)의 움음 소리 유튜브. 쏙쏙쏙쏙 하며 운다.
chotacabras를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소쩍새로 오역했다.
소쩍새는 올빼밋과에 속하며 스페인어로 autillo[아우띠요](영어 scops owl)라고 한다.
쏙독새는 곤충을 먹이로 하는 쏙독새과 조류이고 소쩍새는 곤충과 작은 새와 설치류를 먹는 올빼밋과의 조류이다. 둘 다 야행성이고 쏙독새는 쏙쏙쏙쏙 울지만 소쩍새는 소쩍소쩍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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