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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낱말 바루기

도깨비부채가 수레국화에게 당나귀방귀 바람을 부친다

by brasero 2024. 2. 2.

도깨비부채와 당나귀방귀란 낱말이 전혀 자극적이지  않아(어그로 aggro를 끌지 않아) 이목을 끌 순 없을 것이고, 혹자는 띄어쓰기가 틀렸다고 하겠지만, 도깨비부채와 당나귀방귀와 수레국화(花)는 식물 이름이기 때문에 붙여 쓰는 게 틀리지 않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글을 시작한다. 

우선 이야기의 주인공인 도깨비부채(학명 Rodgersia podophylla A.G Ray 1858)는 범의귀과(Saxifragaceae)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만주와 일본 토착종이다. 키가 1m 이상 자라고 잎은 넓고 큼직하고 끝은 톱니 모양이기 때문에 도깨비가 쓰는 부채가 아닐까 해서 도깨비부채라고 부른다. 잎은 50cm 이상 자라고, 5월에서 7월에 황백색의 꽃이 핀다. 

도깨비부채 (사진 위키백과)

삐죽삐죽 커다란 잎사귀는 도깨비가 흔드는 부채 같지만 어떻게 보면 도깨비방망이라고 해도 될 법한 도깨비부채는 고향을 떠나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에도 정착해서 산다. 

한국 도깨비부채 (사진 iaturalist, onidiras 강원도 정선)
일본 도깨비부채 (사진 GBIF, Keita Watanabe)
노르웨이 도깨비부채 (사진 GBIF, Halvard Hatlen)

아래 세계생물다양성정보기구(GBIF)에 접속하면 북유럽과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관찰한 여러 도깨비부채 사진들을 볼 수 있다.

https://www.gbif.org/es/occurrence/gallery?taxon_key=3754587

도깨비부채는 영어로 rodgersia(학명을 그대로 딴 이름이다)라고 하고, 스페인어로도 rodgersia라고 한다(스페인에는 도깨비부채가 서식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와 같은 극동 지역에서 사는 도깨비부채에게 서양 이름이 있을 리가 만무하니 학명을 그대로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옥스퍼드영영사전은 rodgersia를 범의귀과 도깨비부채속(Rogersia)에 속한 식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옥스퍼드영영사전- 도깨비부채 rodgersia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이 낱말을 등재하지 않고 있다. 

도깨비부채 주인공에 대적하는 반동 인물은 수레국화이다. 국화과 엉겅퀴아과의 수레국화속에 속한 스까비오사수레국화(centaurea mayor, centaura mayor 학명 Centaurea scabiosa)는 다른 말로 당나귀방귀(pedo de burro,문자 그대로 수나귀의 방귀)라고 한다. 이 수레국화는 꽃받침(총포)이 나귀의 발이나 다리와 닮았지만 발이나 다리 대신 방귀라고 부른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스페인왕립식물원 식물정보체계(Anthos)의 스까비오사수레국화의 학명과 스페인어 명칭

엉겅퀴 꽃과 유사한 스까비오사수레국화(당나귀방귀)의 꽃은 진분홍색이고 꽃받침(총포) 껍질이 나귀의 다리나 발처럼 아주 거칠거칠하다. 사방으로 만개한 꽃잎을 나귀 다리 사이에서 비집고 나온 방귀라고 상상했을 수도 있다.

스까비오사수레국화(당나귀방귀)의 꽃머리와 꽃받침(사진 Juan Real, Anthos)
스까비오사수레국화 잎(사진 C, Aedo, Anthos)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은 centaura를 상세하게 묘사했다. "여성 명사. 국화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줄기가 곧고 가지가 많으며 높이는 1~2m에 이르고 잎은 일정하지 않은 크기로 선형이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고, 꽃은 갈색빛이 비치는 자주색이고 꽃받침은 비늘 같다."

당나귀의 다리 또는 방귀를 연상하게 한 꽃받침을 비늘 같다고 했다. 

아래 inatulalist에 접속하면 스페인에서 자생하는 여러 스까비오사수레국화를 볼 수 있다. 

https://www.inaturalist.org/observations?nelat=45.0316821&place_id=any&taxon_id=84344

스페인에 수레국화는 120종 정도가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단 한 종뿐이다. 우리나라 수레국화(학명 Centaurea cyanus L., 이명 Cyanus segetum Hill, 1753)는 유럽이 원산이며 스페인에도 흔한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풀이다. 당나귀방귀, 스까비오사수레국화 cantaurea와 달리 aciano라고 하는 이 수레국화는 꽃이 남청색이고 모양도 다르다. 여러 개로 구성된 꽃이 수레바퀴를 닮아서 수레국화라고 한다.

우리나라 수레국화 Centaurea cyanus (사진 whaichi, inatualist)
스페인 마드리드 수레국화 Centaurea cyanus

  •  스까비오사수레국화(당나귀방귀 pedo de burro) centaurea(Centaurea scabiosa) 국화과 엉겅퀴아과 수레국화속 - 진분홍색 꽃, 스페인과 유럽에 서식
  • 수레국화 aciano(Centaurea cyanus) 국화과 엉겅퀴아과 수레국화속 - 남청색 꽃 - 유럽 원산, 우리나라와 스페인에 서식
  • 도깨비부채 rodgersia(Rodgersia podophylla) 범의귀과 도깨비부채속 - 우리나라, 일본, 만주 원산, 북유럽에 서식

예상하셨겠지만,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스까비오사수레국화 centaurea 또는 centaura를 도깨비부채라고 오역했다. 도깨비부채는 국화과가 아니라 범의귀과 식물이다. 

도깨비부채를 가지고 수레국화에게 당나귀방귀 같은 바람을 설렁설렁 부친 사연을 여기서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