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폴드 알라스 끌라린(Leopoldo Alas Clarín, 1852~1901)의 소설 ≪판관 부인 라 레헨따 La Regenta≫(1884~1885)는 스페인 북부 아스뚜리아스주의 주도 오비에도(Oviedo)를 모델로 한 도시 베뚜스따(Vetusta)를 배경으로 19세기 스페인 왕정복고 시대 귀족계급과 성직자의 숨 막히는 위선과 부패와 판관 부인, 아나 오소레스(Ana Ozores)의 권태와 일탈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1권 1장은 베뚜스따의 지리를 묘사하고, 성바실리카 성당의 종루에 올라 종을 치는 비스마르카(Bismarck)와 그의 친구, 미사를 돕는 소년, 복사 셀레도니오(Celedonio) 간의 실랑이와 성당의 교도권을 가진 성직자(magistral)이자 주교가 임명한 재판관(provisor del obispo)인 페르민 데 빠스(Fermin de Pas)가 종탑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장면이 있다.
비스마르크는 베뚜스따에서 유명한 악동(pillo)으로 옛날에 승합 마차의 기수(postillón)였는데 종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Bismarck era de oficio delantero de diligencia, era de la tralla, según en Vetusata se llamana a los de su condición; pero sus aficiones le llevaban a los campanarios....
비스마르크는 승합 마차의 기수였고 베뚜스따 주민들은 그런 계급을 '채찍으로 때리는' 사람이라고 불렀는데 그는 종루에 오르는 열의가 있었다...
창작과 비평사는 delantero de diligencia를 '기병대의 기수'로 오역했다. 말을 탄 병사로 편성된 부대, 기병대는 caballería이다.
아래 RAE(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4번의 뜻처럼 diligencia는 '기병대'가 아니라 '승합 마차'이다. 4번은 '말이 끄는 승객을 태운 두세 개의 칸이 있는 큰 마차'라고 했다.
delantero는 마차 앞에 앉은 마부가 아니라 마차를 끄는 말 위에 앉아 말을 이끄는 기수, postillón이다 (아래 RAE 3번 뜻).
베뚜스따를 내다보기 위해 종탑에 올라오고 있는 고위 성직자 페르민 데 빠스를 보니 무섭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한 비스마르크는 신분의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
Si Bismarck fuera canónigo y dinidad (creia que lo era el Magistral) en vez de ser delantero, con un mote sacao de las cajas de cerillas, se daría más tono que un zagal.
비스마르크는, 성냥갑에 새겨진 인물 비스마르크란 별명으로 불리지만, 승합 마차 기수가 아니라 성직자이고 고위직이라면(그는 페르민 신부는 교도권이 있는 성직자로 고위직이라고 생각했다) 기수보다 더 기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창작과 비평사는 아래와 같이 옮겼다.
창비사는 delantero를 '기마병'으로 오역하고, con un mote sacao de las cajas de cerillas는 번역하지 않고 생략했으며, un zagal을 '젊은 목동'으로 옮겼다. 프로이센 수상이었고 독일을 통일하고 독일 제국의 수상을 지낸 비스마르크 후작의 얼굴은 성냥갑에 새겨져 있었고 이 소설의 비스마르크는 이 이름을 별명처럼 사용하는 인물이다. 그는 승합 마차의 기수였지만 페르민 신부처럼 고위 성직자이면 품격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상상한다.
zagal은 물론 아래 RAE의 1번 뜻처럼 '젊은 목동'이지만, 3번의 뜻, 마차의 마부를 도우는 소년이라고 했듯 승합 마차를 끄는 말의 기수이다.
delantro de deligencia가 '승합 마차의 기수'이든 '기마병의 기수'이든 비스마르크는 베뚜스따의 상류층을 구성하는 성직자나 귀족이 아니기 때문에 소설의 골갱이나 흐름에 큰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마병'과 '승합 마차'는 오늘날의 군인과 버스 운전사(버스 차장) 만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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