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에서 almuerzo는 '점심 전 간식'이고 comida는 '점심 식사'란 뜻이지만 일부 중남미에서는 전자는 '점심 식사'이고 후자는 '저녁 식사'를 의미한다.
almuerzo를 RAE(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의 정의에 따라 설명을 하면 1. 남성 명사. 정오나 이른 오후에 먹는 음식, 즉 스페인을 제외한 일부 중남미 국가를 포함한 세계 대부분 나라의 점심을 뜻한다. 2. 남성 명사. 오전에 먹는 음식, 즉 스페인에서 보통 아침을 먹고 난 뒤 점심 식사(comida, 오후 2~3시에 먹기 시작) 전, 오전 11~12시에 먹는 오전 간식 또는 점심 전 간식을 뜻한다. 아니면 아침을 거르고 오전 11시경에 먹는 '아점' (영어 brunch, elevenes, 물론 아침을 먹지 않고 11시 경에 먹는 것을 almuerzo라고 하더라도 이 almuerzo는 영어의 푸짐하고 넉넉한 brunch에 비길 수 없을 때가 있다)를 뜻한다. 물론 옛날에는 아침 식사(desayuno)란 의미로 썼다.
alumerzo의 동사는 almorzar로 스페인에서는 '점심 전 간식을 먹다','오전 간식을 먹다'이지만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는 '점심을 먹다'란 뜻이다.
- almorzar: 스페인 - 점심 전 간식을 먹다, 오전 간식을 먹다, 아점을 먹다 / 일부 중남미(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페루,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점심 식사를 하다
comida는 기본 의미가 '음식(alimento)'이지만 스페인에서는 '오후 2~3시에 먹는 점심 식사'를 뜻하고 전술한 일부 중남미에서는 '저녁 식사'를 뜻한다. comida의 동사 comer는 RAE에 따르면, 1. 먹다 (단단한 음식을 씹어 삼키다) 이외에 '8. 점심 식사를 하다'와 '9. 저녁 식사(하루에 마지막 식사)를 하다'란 뜻이다.
중간 정리를 한다.
- desayuno: 아침 식사 (동사 desayunar = [des 깨다 + ayunar 금식을 하다] = 금식을 깨다 = 아침을 먹다, 영어, breakfast -금식(fast)을 깨는(break) 음식 = breakfast 아침 식사)
- almuerzo (동사 almorzar): 스페인 - 오전 간식, 점심 전 간식, 아점 (오전 11~12시) / 일부 중남미 국가 및 세계 대부분 국가- 점심 식사 (12~2시)
- comida (동사 comer): 스페인- 점심 식사 (오후 2~3시) 스페인에서 관광지가 아닌 곳에서 점심 식사는 오후 1시 30분 이전에 판매하지 않는다. 물론 그날 식당이 정한 점심 정식 메뉴(menú) 이외에 간단한 보카디요나 타파스를 먹을 수는 있다. 이것 마저도 제공하지 않은 식당도 있다. / 일부 중남미 국가(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페루,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 저녁 식사
cena는 하루 중 가장 나중에 먹는 저녁 식사이다. cenar는 스페인에서는 일상적인 '저녁 식사를 하다'이고 일부 중남미에서 그렇지만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일부 중남미에서는 cenar는 '특별한 저녁 식사를 하다', '식당에서 만찬을 하거나 새벽 미사를 마치고 먹다'라는 뜻이다.
스페인에서는 저녁 식사 cena를 밤 9~10시에 먹는다. 점심 식사를 한 후 저녁 식사 전까지 출출한 배를 달래기 위해 '오후 간식(merienda)를 먹는다. 물론 안 먹는 사람도 있다. 학교를 마치고 온 아이들은 미니 보카디요, 과일, 보요 빵 등을 먹고 성인들은 집이나 카페나 바에서 커피나 맥주 또는 포도주나 베르무트에 타파스를 먹는다.
마지막 정리를 한다.
- desayuno: 아침 식사 (동사 desayunar = [des 깨다 + ayunar 금식을 하다] = 금식을 깨다 = 아침을 먹다, 영어, breakfast -금식(fast)을 깨는(break) 음식 = breakfast 아침 식사)
- almuerzo (동사 almorzar): 스페인 - 오전 간식, 점심 전 간식, 아점 (오전 11~12시) / 일부 중남미 국가 및 세계 대부분 국가- 점심 식사 (12~2시)
- comida (동사 comer): 스페인- 점심 식사 (오후 2~3시) / 일부 중남미(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페루,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 저녁 식사
- merienda (동사 merendar): 스페인 - 오후 간식 (오후 5시경)
- cena (동사 cenar): 스페인 - 저녁 식사 (밤 9~10시에 시작) / 일부 중남미(칠레,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쿠바, 페루,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 - 특별한 저녁 식사, 일상 저녁 식사는 comida이다.
그러면 아래 la hora de comer, 문자 그대로 기본 의미는 '음식을 먹을 시간'이지만, '점심 식사 시간'일까, 아니면 '저녁 식사 시간'일까? 인용구는 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 1951~2022)의 소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ñana en batalla piensa en mí≫(1994) 1장 2 단락의 일부이다. 시나리오 작가이자 대필 작가(negro)인 빅토르가 유부녀 대학 교수 마르타와 사랑을 나누려다 그녀는 병이 있었는지 돌연 구역질이 난다고 호소했고 결국 침대에서 반나체로, 죽을 것이라고 예상도 못한 채, 빅토르의 팔에 안겨 죽어버렸다. 그녀의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빅토르가 그녀를 살릴 수 없었던 이유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Todo fue muy rápido y no dio tiempo a nada. No a llamar a un médico (pero a qué médico a las tres de la madrugada, los médicos ni siquiera a la hora de comer van ya a las casas)....모든 일은 빨리 지나갔고 손을 쓸 겨를이 없었다. 의사를 부를 수가 없었고(하지만 새벽 세시에 어떤 의사에게 전화를 한단 말인가, 의사들은 점심 식사 시간만 되면 벌써 집으로 가버리는데)...(필자 번역).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스페인의 소설가이고 이 소설도 스페인 마드리드가 배경이라서 comer를 '점심을 먹다'란 의미로 썼다. 스페인의 개인 개업의는 응급실이 있는 종합병원 의사와 다르게 진료 시간을 편한 대로 정한다. 오전 진료(오전 9시부터 오후 2~3시 점심 식사 전까지), 오후 진료(점식 식사 후 4~5시 후부터 저녁 8시나 8시 30분 저녁 식사 전까지), 종일 진료(점심시간 오후 2~3시부터 4시~5시까지)를 한다. 위 점심 시간이면 퇴근하는 의사는 오전에만 문을 여는 의사이다. (우리말의 오전은 정오 12시 전이지만 이베리아반도에 있는 스페인의 스페인어로는 점심을 먹기 전 오후 2시 3시도 오전으로 생각할 때가 있다).
문학과 지성사의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번역본은 la hora de comer를 '저녁 식사 시간'으로 오역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일어났기 때문에 어떤 조치도 취할 시간이 없었다. 의사를 부를 수도 없었고(새벽 3시에 어떤 의사를 부른단 말인가? 의사들은 저녁 식사 시간만 되어도 퇴근해버리는 사람들인데).(문학과 지성사. 2014. 13쪽).
같은 소설의 마지막인 11장에 빅토르가 마르타의 남편 홀아비 데안 집에 방문하기 위해 시간 약속을 정하는 장면이다. 빅토르가 먼저 말하고 데안이 대답한다.
- Ya. ¿A qué hora? Yo tengo un rato libre a última hora de la mañana, también después de comer, otro rato.
- Imposible - contestó él -,yo tengo trabajo todo el día. Mejor pásate por mi casa sobre las once de la noche, el niño ya estará acostado a esa hora.
“그래요, 몇 시가 좋습니까?” 아침 늦게 잠시 시간이 있고, 점심 식사 후에도 조금 짬이 있습니다.
“안 되오.” 데안이 대답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일이 있어요. 밤 11시경에 우리 집으로 오는 게 좋겠소. 그 시간이면 아이는 이미 잠을 자고 있을 것입니다.”(필자 번역)
문학과 지성사의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번역본은 después de comer를 '저녁 식사 후'로 오역했다. 일부 중남미에서 '저녁 식사를 하다'란 뜻의 comer로 착각한 것 같다.
“좋아요, 몇 시에 만날까요?” 늦은 아침에도 잠시 시간이 있고,저녁 식사 후에도 약간 시간이 있습니다."
“안 되오.” 그가 대답했다. “내일은 하루 종일 일이 있어요. 밤 11시경에 당신이 우리 아파트로 와주면 좋겠소. 그 시간이면 아이는 이미 잠을 자고 있을 것이오.”(문학과 지성사. 2014. 426쪽)
마지막으로, 같은 소설의 4장에 빅토르가 친구 루이베리스에게 마르타의 아버지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에서 루이베리스와 헤어질 점심시간이 다 되었다는 장면이다.
No faltaba ya mucho para la hora de comer, en que nos separaríamos, cuando aún se siente el día como mañana; fuera llovía, lo veíamos por las cristaleras grandes y en la gente que entraba empapada por la puerta giratoria, enredándose con sus paraguas aún mal cerrados. Caía la lluvia como cae tantas veces en la despejada Madrid, uniforme y cansinamente y sin viento que la sobresalte, como si supiera que va a durar días y no tuviera furia ni prisa....
우리가 헤어질 점심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 아침 같은 날이었다. 비가 흩날리고 있었고 큰 유리 창문 밖으로 내다보니 우산이 잘못 접혀 난리를 치는 사람들이 흠뻑 젖은 채 회전문으로 들어왔다. 맑은 마드리드 하늘에서 가끔 비가 내리듯 비는 일정하게 피곤하게 바람에 날리지 않고 며칠 내내 내릴 테니 화내지 말고 서두르지도 말라는 것처럼 내리고 있었다...(필자 번역)
문학과 지성사의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번역본은 la hora de comer를 이번에는 '점심시간'(2014. 158쪽)으로 번역했다. 위에서 '저녁 식사 시간'으로 오역한 것과 다른데, 이유는 빅토르와 루이베리스가 헤어질 때를 점심 식사 시간(la hora de comer)으로 파악한 것은 다음 단락에 almuerzo(점심 식사)란 단어로 시간을 분명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우리가 헤어질 점심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아직 아침처럼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큰 창문으로 비오는 풍경을 바라보았다. 회전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흠뻑 젖은 채 잘못 접힌 우산 때문에 애를 먹고 있었다. 내리고 있는 비는, 마드리드의 맑은 하늘에서 가끔씩 내리는 비처럼 바람에 흩뜨려지지 않고 지루하게 한결같이 내리고 있었다. 마치 며칠간 계속해서 내릴 것이니 서두르지도 말고 화도 내지 말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문학과 지성사. 2014. 158-9쪽)
아래는 위 단락에 이어 '점심 식사(almuerzo)'를 언급하는 구절이다.
Ruibérriz se echó un puñado de peladillas a la garganta y miró con aprensión su abrigo de nazi: se le mojaría, un fastidio. Se disculpó y fue al lavabo, tardó más de la cuenta y cuando regresó pensé que tal vez se había metido una raya para hacer frente a la lluvia y al estropicio previsto de su prenda de cuero, también al almuerzo que le aguardara, en el que se ventilaría sin duda algún asunto importante, no hay nada en lo que él intervenga que para él no lo sea.
루이베리스는 드라제 아몬드사탕을 한 움큼 입에 던져 넣더니 나치식 외투를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젖을 텐데, 시퉁한 표정을 지었다. 내게 미안하다며 화장실로 가더니 필요 이상으로 오래 있다 돌아왔는데 아마 비를 맞으며 걸어야 하고, 가죽코트가 망가질 것이 근심이 되어 스노를 흡입한 것 같았다. 코카인은 점심 식사 동안에 중요한 의제에 관한 - 그가 참여하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었다 - 토의를 잘 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필자 번역)
*스노/스노우(snow) 마약 코카인의 은어, 속어이다. 원문의 raya는 은어로 코로 흡입할 수 있는 양의 준비된 코카인 cocaína를 뜻한다.
루이베리스는 견과를 한 움큼 먹고 나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치 스타일의 자기 외투를 바라보았다. 외투가 젖을 것 같아 못마땅한 듯했다. 그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화장실로 갔고, 내 생각보다 그곳에서 오래 지체했다. 그가 돌아오자, 나는 아마도 그가 비와 용감하게 맞서 싸우면서 가죽코트가 비에 젖을 것을 대비해 마약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것은 의심할 여지없이 중요한 문제를 토론할 점심 식사를 대비한 것일지도 몰랐다. 어쨌든 그가 개입된 것 중에는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문학과 지성사. 2014. 159~160쪽)
소설의 배경은 마드리드이기 때문에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점식 식사 시간을 la hora de comer라고 표현했다. 그러면 두 번째 단락의 '점심 식사'를 중남미의 점심 식사인 almuerzo가 아닌 스페인 용법의 comida를 써야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 그럴까? 마리아스는 아일랜드의 종교와 언어와 사회의 속박에서 벗어나 비상하고자 했던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율리시즈≫ 등을 지은 소설가 제임스 조이스처럼 스페인을 탈피하고 싶은 마리아스는 스페인 문화를 거부할 때가 있다. 스페인의 관습에 맞는 comida 대신 almuerzo를 쓴 것은 중남미의 문화보다는 세계 어디든지 정오 경이면 먹는 보편적인 점심 식사란 의미의 almuerzo를 쓴 것이다. 적포도주를 소설 ≪올소울즈 Todas las almas≫(1989)에서 스페인어 어법 대로 vino tinto(암적색 포도주, tinto는 '물들이다'란 뜻의 동사 teñir에서 파생한 낱말이다)라 하지 않고 영어 red wine과 같은 발상의 vino rojo(붉은색 포도주)라고 한 것처럼 말이다.
문학과 지성사는 마리아스가 almuerzo를 '점심 식사'란 뜻으로 사용했기 때문에 위 4장 루이베리스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la hora de comer를 '점식시간'으로 번역한 것 같다. 하지만 의사가 퇴근하는 시간과 빅토르가 데안의 집에 방문할 시간을 정할 때 comer를 '저녁 식사'로 옮긴 것은 almuerzo는 점심 식사이고 comida는 저녁 식사라는 일부 중남미 관습을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아니면, 문지사의 오해는 마리아스의 특이한 '점심 식사' 어법 때문일 수 있다.
- 마리아스의 점심 식사 어법 - 스페인에서 '점심 식사'는 comida 대신 almuerzo, 스페인에서 '점심 식사 시간'은 la hora de comer, 즉 점심 식사는 중남미와 세계 보편 의미 almuerzo(almorzar)와 스페인 용법 comida(comer)를 혼용했다. 물론 la hora de comer에서 comer는 스페인 어법 '점심 식사를 먹다'가 아니라 기본 의미 '먹다'를 의도한 것일 수 있다. 즉 la hora de comer는 '점심 식사를 할 시간'이 아니라 '먹을 시간'이란 뜻일 수 있는데, 마리아스의 소설에 불확실성의 한 사례이다.
- 마리아스는 스페인의 저녁 식사를 cena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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