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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스페인어 돼지 cerdo, puerc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 어원

by brasero 2022. 10. 29.

다리와 꼬리가 짧고 튀어나온 주둥이에 위를 볼 수 없는 목뼈 구조를 가진 발굽이 짝수인 우제류(類)로 멧돼지를 길들인 돼지는 옛말로 '돝'이고,  '도야지'라는 방언이 있고, 한자어로는 돈豚, 저猪, 해亥*라 한다. 어린이 말로 '꿀꿀이'이다.

*돈육(-돼지고기), 저돌적(豬突的 - 막무가내로 덤빔), 애저(애豬 - 새끼 돼지), 제육볶음에 제육(제肉)은 저육(肉)에서 나온 말. 삼해주(三亥酒) - 술의 한 가지. 음력 정월의 세 해일(亥日)에 담근 술을 이른다. 상해일(上亥日)에 찹쌀가루로 죽을 쑤어 식힌 다음, 누룩가루와 밀가루를 섞어서 독에 넣고, 중해일(中亥日)에 또 찹쌀가루와 멥쌀가루를 쪄서 식힌 다음 독에 넣고, 하해일(下亥日)에 또 흰 쌀을 쪄서 식혀서 독에 넣어 3개월 동안 익혀서 먹는다 .

스페인어 돼지는 우리말보다 피둥피둥하다. 위에 나열한 cerdo, puerc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 여섯 낱말에 더해 chancho, coche, cocho, cuchí, cuto, gocho, sancho, tocino, tunco, verraco, lechón, tetón 따위의 낱말이 있다. 또한 '돼지 떼'를 뜻하는 piara란 단어가 있다. 한편 멧돼지는 우리말처럼 '멧+돼지'나 영어의 wild pig 같은 파생복합어가 아니라 하늘에서 떨어진 듯 jabalí [하발리]이다.*

*파생복합어가 아닌 영어 boar는 멧돼지이다.  우리말의 파생복합어 '멧돼지'처럼 스페인어 cochino montés (돼지+ 산-> 멧돼지)는 합성어이다.

'돼지'란 낱말이 스페인어에 뒤룩뒤둑한 까닭은 뭘까. 염장 숙성 돼지 뒷다리 하몽/하몬 (jamón)으로 유명하고 육식을 선호하는 뚱뚱한 사람이 많은 스페인이기 때문일까. 너무 순진한 추론이고, 오늘날의 스페인어가 있기까지 라틴어, 아랍어, 중남미의 토착어 등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거란 게 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알다시피, 라틴어가 조상인 스페인어는 8세기부터 이베리아반도를 지배했던 이슬람교의 무어인 (스페인어 moro, 영어 moor)의 아랍어와 경쟁과 협력과 지배 관계였던 프랑스, 영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와 따위와의 교류를 했고, 중남미 식민지의 원주민 언어의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돼지라는 어휘가 한자 문화권인 우리말보다 더 많은 것이다. 지금은 우리말처럼, 우리보다 좀 덜 하지만, 영어라는 군살이 무섭게 찌고 있다. 대한민국은 너나없이 영어에게 특히 미국 영어라면 죽기 살기로 따르고 싶은 나라이다. 블로그 필자의 망상이 아닐 것이다. '카메라'가 고전이면, '메뉴'는 단군 할아버지 식단을 책임졌던 말 같다. '사진기'와 '차림표'가 품격이 떨어지는 말인가. 영어를 잘하면 영양가가 높고 돈이 더 되고 잘나 보이는 '대한 미국 영어 민국'이라 그런가. '패싱'은 뭐고. '레시피'는 뭐냐, '스윗'은 어쩌다가 우리말이 되었고, 피플스 하우스,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 크라우드 매니지먼트 같은 같잖은 추태는 입에 올리지 않겠다. 그만하고 스페인어 돼지 이야기로 돌아간다. 

돼지를 뜻하는 cerdo, puerc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의 어원을 살펴보면 돼지의 생김새와 하는 짓을 뜻하는 라틴어와 남미의 원주민어에서 유래했고 아랍인의 문화와 관계가 있다. 

  • cerdo - 돼지의 털은 짧고 거세다. 스페인어 cerda (뻣뻣하고 억센 털 -강모 剛毛)에서 유래했다 (RAE, 2022). cerda는 cerdo의 여성형으로 '암퇘지'이지만 동시에 강모라는 뜻의 동음이의어이다. 이 cerda는 라틴어 seta / saeta (강모)가 어원이다 (Wiktionary, 2022).

라틴어 saeta

  • puerco - 돼지는 땅을 후벼 파는 버릇이 있다. 라틴어 porcus (돼지)에서 유래했고 porcus는 라틴어 porca (암퇘지)가 어원이다 (RAE, 2022). porca는 고대 이탈리아어 porkos (어린 돼지)와 고대 영어 fearth (새끼 돼지)와 동족어로 어원 perk는 '땅을 파다'란 뜻이다. (De Vaan, 2008). 라틴어 porca는 영어의 pork (돼지고기), 프랑스의 porc (돼지, 수퇘지), 포르투갈어와 이탈리아어 porco (돼지)의 어원이기도 하다.

De Vaan의 porcus 어원 - 라틴어와 기타 이탈리아어 어원사전

*영어로 돼지는 pig, hog, swine, sow (암퇘지)라 하는데, pig는 고대 영어 picga에서 유래했고, 이 picga는 서게르만어 조상어의 piggo가 어원이고, piggo는 색슨어 biggo (새끼 돼지)에 뿌리가 있다. hog (비육돈, 거세한 수퇘지)는 고대 영어 hocg, hogg에서 유래했고 이는 게르만조상어 hawana (자르다)가 어원이고, 이는 인도유럽조상어 kewh (때리다, 자르다)에 뿌리가 있다. hog는 불알을 잘라 거세한 동물이란 뜻에서 유래했다. swine은 고대 영어 swin에서 유래했고 이는 고대 색슨이나 게르만어 swin이 어원이고, 이는 인도유럽조상어 suH (의미 불분명)에 뿌리가 있다.  SuH는 돼지를 뜻하는 네덜란드어  zwijn, 독일어 Schwein, 덴마크어 svin의 어원이기도 하다. 

  • cochino - 돼지는 늘 잠을  자는 듯하다 (사실 개보다 수면 시간이 긴 것은 아니지만). RAE는 cochino가 돼지를 부르는 말 cocho, coch가 어원이라고 했고, Wiktionary는 의성어 cochon에서 유래했다고 하나 멕시코의 언어학자 세실리오 로벨로 (Cecilio Robelo)에 따르면  중앙아메리카 원주민의 언어 나우아틀어 (Náhuatl)의 '잠보'를 뜻하는 cochini가 어원이다 (위키백과 스페인어판).
  • marrano - 돼지고기는 이슬람교에서 금한다. marrano는 아랍어 muḥarrám의 고대어 muḥarram (저주를 내리다)는 말에 기원이 있다. 돈육을 죄악시하는 문화에서 유래했다.
  • guarro - 돼지가 꿀꿀거리는 소리 gruñido에서 유래한 말이다 (RAE, 2022). 영어처럼 oink oink 한다고 표현도 하지만 oink는 RAE에 등재되어 있지 않다.
  • gorrino - guarro로 마찬가지로 꿀꿀거리는 소리 gruñido에서 유래한 말이다 (RAE, 2022).

스페인 세고비아에 유명한 꼬치니요 아사도 cochinillo asado (새끼 돼지, 구운 - 애저구이) -구글 이미지

돼지는 거센 털이 있어 cerdo, 땅을 파는 습성이 있어 puerco, 늘어져 잠만 자는 듯해서 cochino, 무슬림에게 저주를 내리기 때문에 marrano, 꿀꿀거리는 동물이라서 guarro, gorrino인 것이다.

이런 여섯 단어 이외에 chancho, sancho, coche, cuchí, gocho는 돼지를 부르는 말에서 유래했고, tunco는 멕시코에서 돼지이다. tocino는 돼지 비계이지만 스페인 아라곤 지방의 방언으로 돼지인데 부분으로 전체를 제유하는 의미 확장이다.  verraco는 씨돼지(종돈)를 가리키는 말이다. lechón은 젖을 떼지 못한 새끼 돼지이고, tetón은 스페인 북서부 라 리오하주의 방언으로 lechón이다.

돼지는 우리나 스페인이나 더럽고 많이 먹고 욕심이 많은 사람을 비유하지만 cerd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는 우리말의 돼지와 다르게 무례하거나 천박하거나 타락한 사람을 뜻한다. RAE의 cerd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의 뜻풀이를 보면, 더럽다(sucio)는 뜻에 더해 despreciable (경멸스러운), grosero (거친, 무례한, 예의 없는, 투박한), indecente (버릇없는, 무례한, 품위가 없는), mal comportamiento (행동이 나쁜), miserable (형편없는, 구차한)  ruin (타락한, 퇴폐한, 망가진) 사람을 비유한다. 유일하게 guarro가 obsceno (색을 밝히는, 호색적인, 외설적인)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속어로 cerdo, puerco, cochino, marrano, guarro, gorrino 모두는 외설적이거나 색을 밝히거나 변태짓을 하는 뜻이 있다. <스페인어 일상 비속어 사전 Diccionario sohez del español cotidiano> (2008)에 의하면 더럽다는 의미 이외에도 아래처럼 리비도(성적 충동)를 제어하지 않는다는 뜻이 있다.

  • cerdo - obsceno, disoluto, rijoso 외석적인, 방탕한, 
  • puerco - libidinoso, rijoso 호색적인, 음탕한. 색골의
  • cochino - libidinoso, lujurioso, rijoso 색을 밝히는, 호색적인, 음탕한
  • marrano- libertina, impudicia, rijoso 방탕한, 난봉꾼의, 서방질하는, 난교하는, 음탕한 
  • guarro  - lascivo, lujurioso 음탕한, 성적으로 추잡한, 호색적인, guarro는 욕이기도 하다.
  • gorrino - rijoso, lujurioso, obsceno, indecente 음탕한, 색골의, 외석적인, 예의 없는

미국 텔레비전 코믹 만화 영화- Family Guy의 뚱보 아버지 Peter의 guarro 행위 - guarro의 추잡한 뜻 이해하기 좋은 영상, 결혼식 전에 처녀 파티를 계획한 아가씨에 대한 일화.

밝히는 사람이란 의미로 스페인의 돼지는 영어의 pig와 다르지 않지만 pig는 경찰을 낮잡는 말 '짭새'이고 행실이 더러운 여자를 가리키는 속어이기도 하다.

돼지를 비유하는 속담은 우리말이나 스페인어에 제법 있다.

  • 검정개는 돼지 편. - 모양이나 처지가 비슷하면 서로 도와준다. 
  • 업혀가는 돼지 눈. - 술에 취하거나 잠이 와서 거슴츠레한 눈.
  • 돼지 왼 발톱. - 상궤에 벗어난 일을 함.
  • 돼지도 낯을 붉히겠다. - 매우 뻔뻔스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속담.
  • 물 끓이면 돼지 밖에 죽을 게 없다. - 못되고 지탄받는 자가 결국 축출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

돼지 왼 발톱 - 구를 이미지

  • A cada cerdo le llega su San Martín.'돼지는 제 성 마르틴 날이 온다' 성 마르틴 날은 돼지를 잡는 날이기 때문에 이 날을 피해 갈 돼지는 없다는 뜻이다. 지은 죄는 반드시 벌을 받는다는 의미로 우리 속담 '죄는 지은 데로 가고, 물은 곬으로 흐른다'와 유사하다. 아니면 '물 끓이면 돼지 밖에 죽을 게 없다'란 속담과도 뜻이 통한다.
  • Al más ruin puerco, la mejor bellota '가장 나쁜 돼지가 가장 좋은 도토리를 먹는다.' 그럴 가치가 없는 사람이 가장 좋은 것을 차지한다. 불공정함을 비판하는 속담이다.
  • Cochino matado, invierno solucionado. 돼지를 잡으니 겨울 걱정이 없다. 김장을 해서 겨울을 맞이하듯 성 마르틴의 날인 11월 11일에 돼지를 잡아  고기를 준비해두면 겨울 먹거리가 해결된다.

Cochino matado, invierno solucionado 돼지를 잡으니 겨울 걱정이 없다- 구글 이미지

참고문헌

  • 라틴어사전. 가톨릭대학교 출판부. [네이버 라틴어사전].
  •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RAE). 2022.
  • Diccionario sohez del español cotidiano [스페인어 일상 비속어 사전]. Delfin C. Basset. 2008.
  • Etymological Dictionary of Latin and the other Italic Languages [라틴어와 기타 이태리어 어원사전] De Vaan, Michiel Leiden, Boston: Brill. 2008.
  • 위키백과
  • 위키낱말사전 Wiktion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