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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탈진실 posverdad

by brasero 2022. 8. 20.

사실과 진실이 휘청거리다 못해 자살하거나 살해되는 해체의 때, 거짓이 버젓하게 판을 치는 2022년에 '탈진실'의 의미를 되짚어본다. 

'탈진실'이란 말을 최초로 사용한 사람은 세르비아 출신의 미국 극작가 스티브 테시치 (Steve Tesich, 1942~1996)이다. 1992년 잡지 The Nation에 이란 스캔들과 걸프전쟁을 논하면서 "자유로운 사람으로서 우리는 탈진실 시대에 살고 싶다고 자유롭게 결정했다 (we, as a free people, have freely decided that we want to live in some post-truth world)"이란 문장에 썼다. 이때 post는 오늘날의 뜻이 아니라 '진실이 밝혀진 이후'란 의미이다.

2005년 미국의 희극인이자 텔레비전 진행자 스티븐 콜베어 (Stephen Colbert, 1964~)는 '진실일 필요는 없으나 진실처럼 보이는 것'이란 뜻으로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진실스러움 (truthiness)'이란 우스개 말을 썼다. 

2016년 옥스포드 영어사전이 올해의 말로 post-truth를 선정하며 "여론을 형성할 때 객관적인 사실보다는 개인적인 신념이나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더 영향력을 끼치는 현상"으로 정의했다. post는 '후'가 아니라 어떤 개념이 '퇴색'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탈진실이란 객관 사실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의 감정, 신념, 입장, 믿음 따위의 주관에 호소하거나 조작하여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의미한다.

옥스퍼드 영어사전 2016년의 말에 post-truth 선정

<우리말샘> 사전은 탈진실을 '객관보다 주관 감정이나 신념'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정의하고 있다. 

일찍이 철학자 니체가 '진실'이란 객관은 '가치'라는 객관스러운 주관으로 오염된다고 했듯, 감정, 정치적 입장, 이데올로기, 믿음, 신념으로 세탁된 객관이 사실로 둔갑되고 사실이 취사선택되는 요즈음은 그야말로 탈진실의 난장판이다. 극우, 좌파, 우빨, 좌빨, 따위의  공영 언론, 유튜브 방송, 받아쓰기 기자, 외람이 기레기, 파이팅을 외치는 기더기들이 자신의 보도가 진실이라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런 대한민국의 매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 뉴트 깅리치 (Newt Gingrich, 1943~)와 다르지 않다. 그는 2017년 2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공화당 집권 이후 미국 범죄율 하락을 공적으로 자랑을 했고 기자가 FBI의 통계 사실로 이 사실을  반박하자 '나는 안전하게 느끼고 있다는 사람의  감정을 따를 테니 기자는 이론가의 말이나 따르라'라며 사실을 호도했다. 

멀리 갈 것 없이 우리나라의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20%로 떨어진 객관적 사실은 현재 국민의 감정과 신념이 어떤 상태에 있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다. 낮은 지지율은 우리의 느낌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는 진실이다. 그렇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탈진실이 아닌 진실이 물을 만난 때이다. 존경하는 기자들이여, 안타까운 기레기들이여, 어쭙잖은 사실로  감정에 호소하는 '탈진실'로 현실을 위장하지 말고 바닥을 기는 지지율로 나타난 국민 정서의 팩트로 현정부의 오류와 탈법과 공정과 상식을 비판하라. 안 그러면 평생 구더기인 거다, 파이팅이나 뱉으면서.  

스페인어, 탈진실 posverdad는 2017년 12월에 스페인 왕립학술원이 스페인어사전 (RAE)에 신조어로 등재했다. "어원, 영어 post-truth. 여론과 사회적 태도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신념과 감정을 조작해서 실제를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RAE의 posverdad 뜻풀이
posverdad 구글 이미지 검색

posverdad 탈진실, 거짓이 '대안의 진실'이 된 요즈음 진실이 아닌 진실 놀이에 빠지고 법이 아니라 법 놀이로 삿대를 저으며 표류하며 애민 (꿎게 국을 팔아먹는) 정신이 투철해 자유를 외치는 정치인의 놀음에 장단을 맞추어야 하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