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무심 시침하다*
든직한 우리 살집 오늘은 태연무심 시침하게 어깻바람을 내며 본때 있게 생게망게 노둣돌을 놓았다. 높은 대문 열라고, 말 달려 가라고 노둣돌을 놓았다, 새벽부터 소줏불 나오는 몸을 이끌고 너덜에 나가 알쭌하게 좋은 돌만 골라 댓돌도 하고 봇돌도 하라고, 부라퀴인 내가 찌무룩하게 개골만 내면 뭐하랴, 지청구를 해 봐야 명불허전, 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은 셈 치고, 끕끕하고 트적지근하지만 쏘았다, 거방지게 한 턱 쏘았다, 옜다 노둣돌 받아라, 가뭄에 먼지잼이나 될련지 모르겠다.
*태연무심 泰然無心: 매우 태연스럽고 아무런 잡념이 없음, *시침하다: 자기가 하고도 아니한 체, 알고도 모르는 체를 하며 태연한 태도로 있다.
- 살집: 살이 붙어 있는 정도나 부피.
- 어깻바람: 신이 나서 어깨를 으쓱거리며 활발히 움직이는 기운.
- 본때 있다: 멋이나 맵시가 있다.
- 생게망게: 하는 행동이나 말이 갑작스럽고 터무니없는 모양.
- 노둣돌: 말에 오르거나 내릴 때에 발돋움하기 위하여 대문 앞에 놓은 큰 돌.
- 소줏불: 소주를 너무 많이 마신 탓에 코와 입에서 나오는 독한 술기운.
- 너덜: 돌이 많이 흩어져 있는 비탈.=너덜겅, 돌너덜
- 알쭌하다: 다른 것이 섞이거나 더해지지 않아 순수하거나 순전하다.
- 댓돌: 1.집채의 낙숫물이 떨어지는 곳 안쪽으로 돌려 가며 놓은 돌. 2.집채의 앞뒤에 오르내릴 수 있게 놓은 돌층계.
- 봇돌:[건설] 아궁이의 양쪽에 세우는 돌.
- 부라퀴: 자신에게 이로운 일이면 기를 쓰고 덤벼드는 사람.
- 찌무룩하다: 마음이 시무룩하여 유쾌하지 아니하다.
- 개골: 까닭 없이 내는 성을 속되게 이르는 말.
- 지청구: 까닭 없이 남을 탓하고 원망함.
- 명불허전 名不虛傳: 명성이나 명예가 헛되이 퍼진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이름날 만한 까닭이 있음을 이르는 말.
- 요강 뚜껑으로 물 떠먹은 셈: 별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하면서도 꺼림칙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끕끕하다: 기분이 나쁠 정도로 무덥다.
- 트적지근하다: 거북하고 불쾌하다.
- 거방지다: 매우 푸지다.
- 먼지잼: 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을 정도로 조금 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