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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소설

비속어, 금기어를 번역하기가 난처하다고요?

by brasero 2019. 6. 14.

금기어, 비속어, 속어는 있는 그대로 번역을 해야 한다. 천한 말이지만 작품에서 마땅히 천해야 할 당위성이 있기 때문에 천한 그대로 옮겨야 한다. 점잖은 말로 번역하면 화끈거리는 불편함을 덜 수 있지만 원작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도덕 게이지를 끌어올릴 필요가 없고 내릴 이유도 없다. 하지만 어떤 역자는 자기 검열이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의미를 중화하곤 한다. 

금기어와 비속어가 있다고 글의 핍진성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재를 제대로 그려내기 위해서는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고상할 때가 있고 저급하고 금기어 수준이 될 때가 있으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담기 위해서는 비속어나 금기어를 버려야 할 것은 아니다. 

당연히 문학 작품에는 금기어와 비속어가 나오기 마련인데, 스페인 소설에 금기어와 비속어의 사용과 번역을 간단히 알아본다.

소설가 후안 마르세(Juan Marsé, 1933~2020)는 금기어 비속어를 거르지 않고 사용한 작가이다. 그렇다고 욕설, 금기어, 비속어가 난무한 에로 소설을 쓰는 삼류 작가는 아니라 필요할 때는 데꺽데꺽 입에 담기 어려운 말을 구사한다. 이를테면 소설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 Últimas trades con Teresa>(1966)의 주인공 마놀로(Manolo)는 오토바이 도둑으로 신분 상승을 바라는 건달이다. 마놀로의 금기어와 비속어는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소설의 사실성을 높여 준다.

1965년 비블리오테카 브레베 상을 수상한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의 표지

소설의 몇몇 비속어와 금기어가 어떻게 번역되었는지 알아보았다.

1부 2장에  마놀로는 여자 친구 롤라를 데리고 친구 산스(Sans)와 그의 여친인 로사와 함께 해수욕을 하러 갔다. 산스는 마놀로가 도둑질을 한다는 사실을 여자 친구 로사에게 말했고 그녀는 마놀라의 여자 친구 롤라에게 이 사실을 전해 마놀로의 귀에 들어갔다. 뿔이 난 마놀로가  떠벌이 산스를 족치고 나서 산스와 마놀로가 대면하는 상황이다.

(1) El sol caía sobre ellos, estaban inmóviles los dos, de pie sobre la arena, con las frentes perladas de sudor. El Sans bajó los ojos:—No es eso, Manolo, es que... Ya te lo dije anoche, ella es otra cosa... La quiero.—La quieres. Te hace pajas. Y la quieres.—Cuidado con lo que dices. Además, que no es eso, que también, mira que esa vida que llevamos...

태양이 그들을 향해 내리쬐고 있었다. 두사람은 모래사장 위에서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면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싼스가 눈을 내리깔았다. “그게 아니야, 마놀로, 그게 말이야... 어젯밤에 말한 것처럼 뭔가 다른 게 있어.. 난 그애[로사]를 사랑해.”  "넌 그 애를 사랑해, 네 그것을 잡고 해주나보군, 그래서 사랑하는 거고.” “말조심해, 그런 게 아니야. 게다가 우리가 사는 꼴을 봐봐...”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53)

Hacerse una paja를 '그것을 잡고 해주나 보군'이라고 옮겼다. 사실 hacerse una paja는 masturbar (자위하다, 수음하다, 마스베이션하다)의 비속어다. '수음하다'의 낮잡는 말은 '용두질 하다'이고 속어는 '주먹치기하다', '딸딸이 치다', '손장난 하다'이다 (표준국어대사전). 아니면 거리에서 늘 쓰는 '핸드잡하다', '손빨래하다' 따위의 표현이 있다. 위 단락의 "네 그것을 잡고 해준다"는 번역이 손으로 해주는 대딸 (대신해주는 딸딸이)인지 아니면 입으로 빠는 사카치*인지 모호하다. 원문의 Te hace pajas는 사카치가 아니라 '주먹치기를 해준다'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 옮겨야 한다.

*사카치는 우리말 펠라티오(입으로 남자의 그것을 빠는 구강성교)의 비속어다.스페인어로 felación이고, 우리말 비속어 사카치는 mamada이다. 사실 사카치는 피리나 퉁소를 의미하는 일본어 しゃくはち '사쿠하치'에서 유래했고 영어 속어 blowjob (문자 그대로 뜻은 부는 작업)과 유사하게 그 모습이 피리를 부는 것 같아서 생긴 말이다. 반대로 여자의 그것이 빨리는 우리말의 쿤닐링구스의 스페인어는 cunnilingus이고 비속어 '보빨'은 comer (lamer, chupar) el coño (el chocho) 먹다 (핥다, 빨다) 보지 (조개), bajarse al pilón, bajarse al agua, bajar al pesebre라고 한다. 

RAE mamada 사카치 뜻풀이 네이버 스페인어사전 미등재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  mamada 사카치 뜻 누락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cunnilingus 어원 라틴어, 엣센스 스페인어사전 미등재

하비에르 마리아스(Javier Marías, 1951~2022)의 소설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Manaña en la batalla piensa en mí>(1994)에는 mamada가 등장한다.

Era un hombre de mi edad de ahora, rubio y con considerables entradas, me pareció que no tenía mala pinta, más o menos bien vestido y sin signos de ebriedad o desesperación o malevolencia, se me antojó que podía ser un médico, quizá sabía que conciliaria antes y mejor el sueño si se iba a la cama tras echar un polvo o tras una mamada rápida con el volante a mano, algo higiénico tras ocho horas de guardia en una clínica llena de enfermeras cansadas con blanquecinas medias y grumos en las costuras. 

지금 내 나이만큼 먹었고, 금발에 머리가 조금 벗어진 남자였고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고 보통 사람처럼 차려입었고 술이 취했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원한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고 의사이기를 바랐고 떡을 치거나 운전대를 잡고 급하게 사카치를 받았다면 위안이 될 것이고 잠도 잘 올 것이고 재봉선에 보풀이 핀 하얀 스타킹을 신은 피곤한 간호들이 가득한 병원에서 여덟 시간 근무를 하고 난 뒤 조금은 위생적인 일이기도 했다.(8장)

주인공 대필 작가(negro) 빅토르가 빅토리아라는 창녀와 일을 치르고 난 뒤 그녀가 다른 손님을 받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이다. 이 매춘부는 빅토르가 별거 중인 그의 아내 셀리아와 닮아서 혹시 그녀가 아닐까 싶어 빅토리아의 뒤를 밟은 것이다. 갈보와의 관계를 묘사하기 위해  비속어 mamada (사카치)와 echar un polvo (떡을 치다, 살방아를 찧다)를 사용했다.

다시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로 돌아와서, 위 장면에 이어 마놀로가 계속 산스에게 따지고 있다. 산스의 여자 친구 로사가 임신을 했다는 사실에 마놀로가 산스에게 한마디 던진다.

(2) ¡Mentira y gorda, joder! Ahora, que te estaría bien empleado. Todos sois iguales, la primera chavala que os friega el conejo por las narices os caza. Nunca tendrás un puto duro, mira lo que te digo.

거짓말쟁이 뚱보 계집애, 제길! 이제 널 이용해 먹겠지. 너희[산스와 로사]는 똑같아. 잠자리를 한번 같이한 계집애한테 결국 붙잡혀 사는 거잖아. 넌 평생 돈을 못 벌 거야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54)

chavala는 '계집', fregar는 '문지르다', '닦다'란 뜻이고 conejo는 '토끼'이지만 중남미 스페인어가 아닌 스페인의 스페인어로는 여성 성기(vulva)의 비속어이다. (한림원 스페인어사전 RAE- m. Vulg. Esp. vulva)이다. 우리말 '음부'의 비속어 '조개', '털지갑', '보지', '냄비'이다. puto는 puta (창녀)의 남성형 '남창'이지만 불만족을 표현하는 욕설, '쌍' '씨(발)' 정도의 뜻이다.

원본에 있는 비속어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아래와 같다.

거짓말쟁이 뚱보 계집애, 씨! 이제 널 벗겨먹다는 거지. 너희는 똑같아. 코로 조개를 닦아 준 첫 계집한테 걸린 거야. 넌 썅 땡전도 못 건져.

마놀로는 부잣집 저녁 파티에 가서 가정부 마루하와 춤을 춘다. 마루하를 부잣집의 딸로 착각을 한 것이다. 그 후  마루하의 방에서 사랑을 나누었다. 일어나 보니 그녀가 하녀인 것을 알았고 화를 주체할 수 없어 사정없이 뺨따귀를 후려쳤다. 마루하가 신분을 속인 것이 아니라 마놀로가 지레짐작으로 오해했지만 뻔뻔스럽게 그녀를 탓하면서 마놀로가 내뱉는 말이다.

(3) Conque una marmota —murmuraba para sí mismo—. ¡Una repajolera y jodida marmota! ¡Tiene gracia la cosa!

가정부라 이거지.”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귀찮고 지랄 같은 가정부라니! 그것 참 재미있네!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71). 

marmota는 동물, 마멋이지만 가정부나 식모(criada)를 낮잡는 말인 '부엌데기', '부엌 것', '밥순이'이다.

다시 번역하면,  "밥순이라 거지."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성가시고 염병할 밥순이! 웃겨 죽겠어!"이다.

다음은 마놀로가 마루하를 raspa로 부르는 예이다.

(4) ¡Contesta, raspa! ¿De quién es la Villa?  “대답해! 이 별장이 누구 거야?”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73)

(5) Y ahora cuéntame, raspa, desembucha. ¿Por qué has hecho esto? 이제 얘기해 봐, 이 계집애야. 털어놓으라고! 왜 그랬어?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76)

마놀로는 화가 조금 풀리고 마루하의 뺨을 때린 것을 후회하지만 여전히 그녀를 raspa라 하고 한다.

(6) Quita, raspa, no estoy de humor —masculló, pero sus manos se deslizaron hasta las nalgas de la muchacha.—No me llames eso, por favor — 비켜 이 바보야, 난 그럴 기분이 아니야. 그는 웅얼거렸지만 손은 벌써 여자애의 엉덩이까지 내려갔다. “제발 날 그렇게 부르지 마”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80)

(7) ¡Pues claro, raspa!, ¿qué crees que voy a hacer? 그럼 당연하지, 바보야! 내가 여기서 뭘 하겠어?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81)

(8) Muy pronto. ¡Abur, raspa! 조만간에, 안녕, 바보야!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82)

raspa는 다의어로 거친 껍질, 생선 가시 등의 뜻이 있고 화를 잘 내는, 뚱한, 무뚝뚝한 사람이기도 하고 pillo (교활하거나 불량한 사람, 몹쓸 인간)의 속어이기도 하다. 창작과 비평사는 (4)처럼 생략하거나 (5) 계집애, (6), (7), (8) 바보로 옮겼다. 하지만 raspa는 '바보'가 아니다. 바보는 tonta로 마놀로가 이미 다른 곳에서 사용했다. 이 소설을 최초로 번역한 장원출판사(1993)는 비열하고 구역질 나는 계집애 또는 저질로 옮겼다. 나쁜 년, 몹쓸 년, 썩을 년 정도로 옮길 수 있겠다. 마루하가 마놀로가 원했던 부잣집 딸이 아닌 그 집의 '밥순이'인 사실을 고려하면 신분이 낮은 사람을 경멸하는 말인 '상것'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다.

(9) ¡Vaya trabajo el tuyo! —dijo—. ¿Y qué hacen aquí, además de bañarse y  tocarse los huevos todo el día? “대단한 일을 하시는군!” 그가 말했다. 네 주인들은 여기서 하루 종일 해수욕하고 빈둥거리는 거 말고 뭘 해?”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74)

tocarse los huevos는 점잖은 말로 '빈둥거리다'이지만 문자 그대로 비속어로 '불알을 만지다'이다. 즉 할 일 없이 불알만 긁고 있는 것이다.

(10) ¿Qué te crees, que me chupo el dedo? ¿Qué puñeta hacías tú en la verbena? 내가 그렇게 순진한 줄 알아? 파티 땐 넌 뭘 하고 있었지?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76)

위 번역에서 생략된 puneta는 '한 줌'이라는 뜻이지만 화나 짜증이 날 때 하는 에그, 에잉, 지랄이라는 비속어이다. 

다음은 마놀로가 마루하의 첫 남자 친구가 누구였는지 물었고 마루하가 군인이었다고 대답하니 마놀라가 한 말이다.

(11) Un quinto tenía que ser. Mira que llegas a ser tonta. ¿No sabes que los quintos son unos hijos de puta que sólo buscan tirarse a las tontas como tú...?  틀림없이 신병이었을 거야. 네가 얼마나 바보 같은가를 봐봐. 신병 새끼들은 개자식들이라서 너 같은 바보들하고만 잔다는 거 모르지?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80)

hijos de puta는 '개자식', '개새끼'이고, 물론 hijo de perra라고 하기도 하지만. tirarse a alguien은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RAE)은 성관계를 가지다, 성교하다 (poseer sexualmente a alguien )라고 뜻매김하고 있다. 하지만 이 표현은 육체관계를 뜻하는 많은 말 중 좀 거친 말이다. '잔다'라는 완곡한 뜻보다는 '하다', '(대)주다', '먹다'에 가깝다.

*사랑하다의 다양한 의미층- acceso [교양어] 양사, 음양화합 / coito 성교 / hacer el amor 사랑하다, 사랑을 나누다, 성관계하다 (make love) / tirarse a alguien 하다, 주다, 대주다, 먹다, 섹스하다 (get laid) / follar, echar un polvo 씹하다, 떡 치다, 빠구리하다, 살방아 찧다, 곰탕을 끓이다, 구녕질하다, 군불 때다, 기름을 짜다 (fuck, screw)

비속어 원본을 그대로 번역하면, 신병이 틀림없어. 네가 얼마나 바보인지 알기는 해. 신병 개새끼는 너 같은 바보 하고만 한다는 거 모르지.

(12) ….seguramente han estado comiendo en un restaurante de la Barceloneta y ahora vienen en busca de puta. “Chaval, este polvo te costará caro”, se dijo observando al que acababa de dejar la motocicleta.“ .... 이 자식, 오늘밤은 비싸게 먹힐 거다(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88)”

소설의 1부 4장의 장면으로 마놀로와 베르나르도가 오토바이를 훔치기 위하여 오토바이를 타고 온 남자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은 바르셀로네타 (바르셀로나의 해변이 있는 동네)의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창녀를 찾아왔다고 마놀로는 생각하며 오토바이에 막 내린 남자를 보고 'polvo는 비쌀 거다'라고 말했다. 여기서 polvo는 위 번역처럼 완곡한 "오늘밤”이 아니라 echar un polvo의 polvo이다. 즉 '씹하다' 또는 '빠구리하다'이다. 장원출판사는 “고생깨나 하게 될 거다” (1993:83)라고 옮겼다. hecho polvo (피곤하다, 녹초가 되다, 슬프다)의 polvo로 착각한 것 같다.

(13) Levantó la cabeza: cuatro americanos borrachos discutían con una ninfa flaca y enana en la acera del Sanlúcar, detrás de la hilera de coches aparcados. 그는 [마놀로] 고개를 들었다. 만취한 미국인 넷이 싼루까르의 보도 위에 일렬로 늘어서 있는 차들 뒤에서 깡마르고 왜소한 여자애와 다투고 있었다. (테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창작과 비평사. 2016: 91)

여자애라고 번역한 ninfa는 고급 창녀(cortesana) 내지는 저속한 표현 '금테'로 수정해야 한다.

보다시피 창작과 비평사의 번역은 금기어와 비속어를 애써 외면하려는 다양한 시도를 했다. 반면 장원출판사는 반영하려고 했다. 결론은 간단하다. 금기어와 비속어가 작품의 사실성뿐만 아니라 인물의 성격과 소설의 주제 발전에 공헌하는 것인데 번역자가 지울 이유가 없다. 있는 그대로 옮기면 금기어와 비속어가 있는 원본을 읽은 독자의 느낌을 번역본을 읽은 독자도 대등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