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시아 시에서 남쪽 20 km 지점에 국립공원 알부페라가 있다. '작은 바다'를 뜻하는 아랍어에서 유래한 알부페라(albufera)는 석호, 영어로는 라군 (lagoon), 스페인어로는 라구나(laguna)로 육지로 굽어 들어온 바다가 해류 작용으로 모래톱이나 모래언덕이 입구를 막아 호수가 된 지형이다. 이 석호는 사전 정의로는 염수호이지만 이 알부페라는 담수호이다. 광활한 이 호수에는 장어(anguila), 숭어(lisa), 농어(lubina), 붕어, 사마루카와 같은 물고기의 천국이다. 또한 오리, 제비갈매기, 청둥오리, 물닭,쇠물닭, 보츠(bots) 다양한 조류들의 둥지이다.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 <갈대와 진흙 Caña y barro>에는 엘살레르 마을의 산 마르틴과 산타카탈리나 축제일에는 이 새들을 사냥했다고 전한다.
알부페라로 가는 길은 여러 방법이 있지만, 발레시아시에서 엘살레르(El Saler)를 거쳐 종착지 엘팔마르(El Palmar)로 가는 버스 25번을 타면 된다. 버스는 30분마다 다닌다. 발렌시아 시내에서 약 30분 정도 달리면 알부페라가 시작되는 엘살레르 마을에 도착한다. 엘살레르 버스 정류장의 왼쪽에는 광활한 숲이 있다. '데에사(Dehesa)'라는 자연림이다. 발렌시아의 소설가인 블라스코 이바녜스의 소설 <갈대와 진흙>의 주인공 토네트가 어릴 때 친구 산고네라와 넬레타와 함께 뛰어놀던 곳이다. 숲에서 땔감을 구하기도 했고 토끼를 잡기도 했으며, 길을 잃어 넬레타와 함께 밤을 지낸 적도 있다. 데에사숲은 자기를 키워준 목동을 죽여버린 전설 속의 뱀 '산차'가 사는 곳이기도 한다. 이 숲을 가로질러 가면 엘살레르 해변이 있다.
엘살레르를 떠나 알부페라 석호의 유람선 선착장이 나오고 버스는 종착지 엘팔마르 마을에 도착한다. 엘팔마르는 지금은 육지와 연결이 되어 있지만 소설이 쓰인 시기 1900년에는 소설의 제목처럼 그야말로 '갈대와 진흙의 섬(isla de caña y barro)'이었다. 마을 주변에는 광대한 논들이 끝도 없이 뻗어 있다. 물이 흔한 기름진 이런 골답에서 생산된 쌀은 발렌시아 파에야(paella)의 재료가 되었다. 지평선을 이루는 논들이 사라져 보이지 않는 곳에는 여러 마을들이 있다. 호수의 북서쪽 내륙에는 카타로하(Catarroja)와 시야(Silla)가 있다. 카타로하에 알부페라에서 생산한 쌀을 탈곡하고 저장하는 방앗간과 창고가 있고 알부페라에 고기잡이를 항 수 있는 뱃길이 있다. 카타로하는 쌀과 관련된 축제와 알부페라에서 잡은 장어로 요리한 '알리이페브라'라는 장어탕 요리 대회를 열고 있다.
소설 <갈대와 진흙>의 배경 엘팔마르에는 엣날에는 배를 뒤집어 놓은 듯한 지붕을 한 발렌시아 지역의 농가인 바라카(barraca)가 백여 채 늘어서 있었다. 또한 물가 주변에는 바라카처럼 생긴 장어를 가두어 두는 어장이 있다. 자금은 마을에 관광용으로 바라카 한 채만 덩그러니 콘크리트 건물 사이에 있다. 마을에는 알부페라 호수로 가는 수로가 있고 그 위에는 작은 배들이 있다. 고기잡이배이거나 관광객을 태우는 배다. 식당은 많다. 소설의 제목 '갈대와 진흙'이라는 식당도 있다. 소설 속의 넬레타의 남편, 카냐멜이 운영하던 술집 대신 카페와 바가 있다. 석호에는 여전히 어살이 처져 있고 어선이 다니는 것은 변함없으나 발렌시아로 가는 우편선 대신 유람선이 있다. 여기저기 갈대 군락이 섬처럼 떠 있다. 갈대섬에 토네트가 넬레타의 사주로 자기 아들, 핏덩이를 던져 죽여버린 곳이다.
1940년대 알부페라의 모습
비센트 블라스코 이바녜스는 <갈대와 진흙>을 쓰기 위해서 엘팔마르 마을에 머물면서 마을 사람의 일상과 전통을 취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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