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ler alguien el poste, 글자 그대로 옮기면, '기둥 냄새를 맡다'인데 아래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RAE 2023)이 뜻을 풀이한 것처럼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관용구이다. 다른 말로 견기이작(見機而作 -낌새를 알아채고 미리 조치하다)이라 한다. 영어 관용구로 to smell a rat(쥐 냄새를 맡다) 즉 낌새를 눈치채다(to scent danger, see trouble ahead)라고 옮길 수 있다.
기둥 냄새를 맡는 것과 나쁜 일이 일어날 징후를 알아채고 대비한다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작자 미상의 피카레스크소설 «Lazarillo de Tormes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1554)의 주인공 라사리요가 모시던 주인, 맹인에게 복수를 한 사건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두 사람이 살라망카를 떠나 톨레도로 가는 길에 에스칼로나(Escalona)란 마을에 도착해 객줏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맹인이 소시지를 꺼내 구우면서 라사리요에게 포도주를 사오라고 시켰다. 먹거리를 잘 주지 않는 맹인 때문에 늘 허기진 라사리요는 옆에 있던 길쭉한 무(nabo)*를 대신 불판에 올려두고 소시지(longaniza)를 슬쩍해서 심부름 가는 길에 먹어버렸다. 이전에 맹인의 포도주를 훔쳐먹다 들켜 소경이 내리친 포도주 용기에 맞아 이빨이 빠지도록 죽사발이 된 적이 있었지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소시지를 먹어버린 것이다. 포도주를 사서 돌아오니 장님은 구운 무를 빵에 끼워 입에 넣고는 대뜸, 이게 뭐냐 하며 투덜거리며 라사리요에게 소시지의 행방을 캐묻자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러자 장남이 다짜고짜 라사리요의 입을 벌리고 목구멍 깊이 긴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고 소시지를 먹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라사리요는 아직 소화가 되지 않은 소시지를 울컥울컥 다 올려버렸다.
*감자(patata, papa) 대신 왜 무를 굽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17세기 스페인은 신세계 남미에서 건너온 감자, 토마토, 고추, 피망, 초클릿, 담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다.
폭우가 내리는 어느 날 라사리요는 맹인에게 되갚아 주기로 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어 조심해야 한다는 소경을 마을 광장 주위의 주벽에서 튀어나온(salidizos) 집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pilar o poste de piedra) 앞으로 데리고 왔다. 여기 이 개울은 물이 적어 폭이 좁으니 얼른 건너자고 하며 먼저 풀쩍 뛰어 건너는 시늉을 하며 기둥 뒤에 서서 장님에게 어서 건너라고 말했다. 염소(cabrón)처럼 힘껏 뛴 맹인은 기둥에 머리를 쿵 박고(como si diera con una gran calabaza) 깨진 머리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러자 라시라요는 "소시지 냄새를 맡았던 것처럼 기둥 냄새도 맡지 그래요, 용용 죽겠지" (¿Cómo, y olistes la longaniza y no el poste? ¡Olé, olé!)라고 말했다.
에스칼로나 마을에는 맹인이 머리를 박은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주벽에서 돌출한 집이 있다 (사진 참조).
이 일화를 곤살레스 코레아스 Gonzales Correas는 그가 지은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 관용구과 속담 어휘 사전»(1627)에 oler el poste의 근거로 설명했다(1924. p. 372).
하지만 리코 Rico(1987, p.95-96)에 의하면 이 익은말(관용구)은 1554년 '라사리요'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일찍이 «Dichos graciosos de españoles 스페인어 우스개 말»(1540)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경의 길잡이 소년이 돼지비계(torrezno)를 구워 먹는 냄새를 소경이 맡았고 후에 그들은 길모퉁이로 가게 되었다. 이때 소년은 맹인에게 “돼지비계구이 냄새를 맡은 것처럼 이 모퉁이 냄새가 나지 않나요 oliérades vós esa esquina, como olistes el torrezno”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
이후 세바스티안 데 오르스코 Sebastián de Horozco(1510~1579)가 지은 극 «Representación de la Historia evangélica del capítulo nono de San Joan»에 라사리요와 맹인의 대화에서 라사리요가 “돼지비계 냄새를 맡았으니 모퉁이 냄새를 맡았겠죠 Pues que olites el tocino / ¿cómo no oliste la esquina?라는 구절로 반복하고 있다.
참고문헌
- Correas, Gonzales (1924).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 [1627]. Madrid.
- Rico, Fransicso (1987). Lazarillo de Tormes. Cátedra.pp.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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