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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어/스페인어 관용구, 속어, 비속어, 신어

관용구 oler el poste(기둥 냄새를 맡다) '낌새를 알아채다'의 유래

by brasero 2023. 1. 19.

oler alguien el poste, 글자 그대로 옮기면, '기둥 냄새를 맡다'인데 아래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RAE 2023)이 뜻을 풀이한 것처럼 닥칠 위험을 감지하고 피하는 것을 의미하는 관용구이다. 다른 말로 견기이작(見機而作 -낌새를 알아채고 미리 조치하다)이라 한다. 영어 관용구로 to smell a rat(쥐 냄새를 맡다) 즉 낌새를 눈치채다(to scent danger, see trouble ahead)라고 옮길 수 있다. 

RAE oler el poste

기둥 냄새를 맡는 것과 나쁜 일이 일어날 징후를 알아채고 대비한다는 것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 작자 미상의 피카레스크소설 «Lazarillo de Tormes 라사리요 데 토르메스»(1554)의 주인공 라사리요가 모시던 주인, 맹인에게 복수를 한 사건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두 사람이 살라망카를 떠나 톨레도로 가는 길에 에스칼로나(Escalona)란 마을에 도착해 객줏집에 머물게 되었는데, 맹인이 소시지를 꺼내 구우면서 라사리요에게 포도주를 사오라고 시켰다. 먹거리를 잘 주지 않는 맹인 때문에 늘 허기진 라사리요는 옆에 있던 길쭉한 무(nabo)*를 대신 불판에 올려두고 소시지(longaniza)를 슬쩍해서 심부름 가는 길에 먹어버렸다. 이전에 맹인의 포도주를 훔쳐먹다 들켜 소경이 내리친 포도주 용기에 맞아 이빨이 빠지도록 죽사발이 된 적이 있었지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소시지를 먹어버린 것이다. 포도주를 사서 돌아오니 장님은 구운 무를 빵에 끼워 입에 넣고는 대뜸, 이게 뭐냐 하며 투덜거리며 라사리요에게 소시지의 행방을 캐묻자 모르는 일이라고 시치미를 뚝 뗐다. 그러자 장남이 다짜고짜 라사리요의 입을 벌리고 목구멍 깊이 긴 코를 박고 냄새를 맡아보고 소시지를 먹은 것을 확인했다. 이에 라사리요는 아직 소화가 되지 않은 소시지를 울컥울컥 다 올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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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patata, papa) 대신 왜 무를 굽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17세기 스페인은 신세계 남미에서 건너온 감자, 토마토, 고추, 피망, 초클릿, 담배가 널리 보급되지 않은 시기였다. 

폭우가 내리는 어느 날 라사리요는 맹인에게 되갚아 주기로 했다. 비가 와서 물이 불어 조심해야 한다는 소경을 마을 광장 주위의 주벽에서 튀어나온(salidizos) 집을 받치고 있는 돌기둥(pilar o poste de piedra) 앞으로 데리고 왔다. 여기 이 개울은 물이 적어 폭이 좁으니 얼른 건너자고 하며 먼저 풀쩍 뛰어 건너는 시늉을 하며 기둥 뒤에 서서 장님에게 어서 건너라고 말했다. 염소(cabrón)처럼 힘껏 뛴 맹인은 기둥에 머리를 쿵 박고(como si diera con una gran calabaza) 깨진 머리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러자 라시라요는 "소시지 냄새를 맡았던 것처럼 기둥 냄새도 맡지 그래요, 용용 죽겠지" (¿Cómo, y olistes la longaniza y no el poste? ¡Olé, olé!)라고 말했다. 

에스칼로나 마을에는 맹인이 머리를 박은 돌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주벽에서 돌출한 집이 있다 (사진 참조). 

주벽에서 튀어나온 집(saledizo)과 맹인이 머리를 박은 돌기둥 - 에스칼로나 마을

이 일화를 곤살레스 코레아스 Gonzales Correas는 그가 지은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 관용구과 속담 어휘 사전»(1627)에 oler el poste의 근거로 설명했다(1924. p. 372).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 372쪽

하지만 리코 Rico(1987, p.95-96)에 의하면 이 익은말(관용구)은 1554년 '라사리요'에서 유래한 것이 아니라 일찍이 «Dichos graciosos de españoles 스페인어 우스개 말»(1540)에 등재되어 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소경의 길잡이 소년이 돼지비계(torrezno)를 구워 먹는 냄새를 소경이 맡았고 후에 그들은  길모퉁이로 가게 되었다. 이때 소년은 맹인에게 “돼지비계구이 냄새를 맡은 것처럼 이 모퉁이 냄새가 나지 않나요 oliérades vós esa esquina, como olistes el torrezno”라고 말한 일화가 있다.

이후 세바스티안 데 오르스코 Sebastián de Horozco(1510~1579)가 지은 극 «Representación de la Historia evangélica del capítulo nono de San Joan»에 라사리요와 맹인의 대화에서 라사리요가 “돼지비계 냄새를 맡았으니 모퉁이 냄새를 맡았겠죠 Pues que olites el tocino / ¿cómo no oliste la esquina?라는 구절로 반복하고 있다.

참고문헌

  • Correas, Gonzales (1924). Vocabulario de refranes y frases proverbiales. [1627]. Madrid.
  • Rico, Fransicso (1987). Lazarillo de Tormes. Cátedra.pp.9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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