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를 우리는 얼큰한 탕, 맑은 지리, 찜이나 구이를 해 먹습니다. 가령 해운대 대구탕은 일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대구 요리, 교과서 같은 전통 대구 요리, 세상에 떠드는 장단에 맞춘, 우리 입맛에 맞는 대구 요리이기를 포기하고 좀 신기하고 색다른 요리가 없을까 하고 상상력을 늘어뜨리면 우리의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대구가 오렌지와 궁합이 맞는 달큼시큼하며 적당하게 짭짤한 대구 요리가 있습니다.
다름 아닌 스페인의 남부 안달루시아주의 코르도바도에 있는 주민수가 4천 명 정도 되는 작은 마을 이스나하르 Iznájar에서 해 먹는 살모레호 salmorejo입니다. 살모레호라고 하면 대개 토마토, 마늘, 빵, 올리브유로 만든 차게 먹는 붉은색의 수프인 코르도바 살모레호를 알고 있지만 '살모레호 이스나헤뇨 salmorejo iznajeño'는 오렌지와 삶은 달걀을 대구와 섞어 올리브유를 뿌려 먹는 샐러드입니다.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오렌지 대구 샐러드' 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르도바의 살모레호를 차게 먹는 것처럼 차게 먹는 샐러드입니다. 이 음식은 옛날 안달루시아를 지배했던 무어인들이 만들어 먹었던 요리였고 올리브나무 밭에서 잘해 먹는 음식이었습니다.
*이스나하르 마을
♠헤닐 강이 흐르고 이스나하르 저수지가 있는 마을, 보건소 소장님의 마을 소개, 올리브나무가 많다- 도시인들의 스트레스 받지 않은 시골 마을이다 - 마을 이름은 언덕 위에 있는 성을 아랍어로 '즐거운 성'이라고 부른 것에 유래했다. - 스페인 '27세대' 시인 라파엘 알베르티 Rafael Alberti 이름으로 명명된 광장, 1920년 시인이 마을을 방문해 마을을 위해 지은 시비 - 16세기 연극 공연을 했던 파란 화분의 꽃들로 장식된 파티오 데 라스 코메디아스 - 발데아레나스 저수지 물가, 물놀이, 낚시, 하이킹 가능, 음식, 건강 이야기♠
요리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염분을 제거한 염장 대구를 오븐이나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푹 익히지 말고 살짝 익힙니다. 염장 대구는 물에 48시간이나 24시간 담궈 미리 염분을 제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염장 대구가 흔하지 않기 때문에 생대구를 사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생대구를 굽거나 탕이나 맑은 지리를 해 먹지 뭐하러 굳이 이런 식으로 해 먹느냐 핀잔을 하실지 모르지만, 모험을 하지 않으면 일상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늘 먹는 음식이 좋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습니다만.
아무튼 대구를 요리한 후 식혀 두고, 다음 단계로 달걀을 물에 10분 정도 삶아 껍질을 벗겨 먹기 좋은 크기로 썹니다. 오렌지도 껍질을 까서 깍뚝 썰기로 자릅니다. 이제 다 되었습니다. 쟁반에 요리된 대구를 깔고 오렌지와 달걀을 올리고 마지막으로 올리브유, 초록 색깔의 비르헨 엑스트라 올리브유를 뿌리면 됩니다. 간을 보시고 싱거우면 소금을 좀 추가하면 됩니다. 그러면 짭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살모레호 이스나헤뇨가 완성됩니다.
이스나하르 마을에서는 이 대구 오렌지 샐러드를 먹기 전 2시간 정도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켰다가 꺼내 차게 먹습니다. 물론 올리브나무 농장이나 밭에서 냉장고가 없을 때나 급할 때는 숙성하지 않고 바로 먹기도 합니다. 식초에 절인 올리브 열매, 생 양파 또는 무화과를 넣어 만든 빵, '판 데 이고 pan de higo'를 곁들어 먹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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