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X
두에로 강변
종탑 높이 황새가 고개를 내밀었다.
덩그런 노옥과 탑 주위를 돌아
벌써 제비들이 찍찍거린다. 지옥처럼
시린 바람과 눈보라의 하얀 겨울이 지나갔다.
따스한 아침이다.
황량한 소리아의 땅에 볕기가 소곳하다.
푸르디 파란 소나무를 지나
봄은 한길과 강가 미루나무에
연한 새순을 틔웠다.
맑은 두에로강은 사뿐사뿐 가만가만 흐른다.
들판은 청년이기보다 사춘기 소년 같다.
잡초 사이 이름 없는 꽃
파란 꽃 흰 꽃, 언뜻언뜻 꽃 핀 들판
신비한 봄은 선연하다!
희끗한 길에 미루나무 강가에 버드나무
멀리 파란 하늘 아래
산의 거품
햇살 좋고 새맑은 날!
에스파냐의 땅 아름답구나!
Orillas del Duero
Se ha asomado una cigüeña a lo alto del campanario.
Girando en torno a la torre y al caserón solitario,
ya las golondrinas chillan. Pasaron del blanco invierno
de nevascas y ventiscas los crudos soplos de infierno.
Es una tibia mañana.
El sol calienta un poquito la pobre tierra soriana.
Pasados los verdes pinos,
casi azules, primavera
se ve brotar en los finos
chopos de la carretera
y del río. El Duero corre, terso y mudo, mansamente.
El campo parece, más que joven, adolescente.
Entre las hierbas alguna humilde flor ha nacido,
azul o blanca. ¡Belleza del campo apenas florido,
y mística primavera!
¡Chopos del camino blanco, álamos de la ribera,
espuma de la montaña
ante la azul lejanía,
sol del día, claro día !
¡Hermosa tierra de España !
헤수스 루이스(Jesús Ruiz)가 곡을 만들고 부르는 <두에로 강변>이다. 1연의 두 행 ya las golondrinas chillan. Pasaron del blanco invierno / de nevascas y ventiscas los crudos soplos de infierno와 마지막 연의 네 행 espuma de la montaña / ante la azul lejanía, / sol del día, claro día ! / ¡Hermosa tierra de España !는 생략됨.
영상에 마차도의 부인 레오노르 사진이 보이는데, 이 시를 쓴 1907년 5월은 마차도가 레오노르를 만나기 전이었다.
소리아 (Soria)의 봄 풍경을 묘사한 시다. 황새가 종루에서 고개를 내밀고 낡고 허물어진 덩그런 하옥 (caserón solitario) 주변과 탑 주위에 제비가 찌이찍 찌이찍 봄을 알린다. 겨울이 물러 가고 봄이 왔다. 소리아의 소나무, 시골길과 우르비옹 (Urbión 해발 2,228m) 산에서 발원한 두에로 (도루) 강은 소리 없이 반짝이며 흐르고, 강변의 미루나무와 은백양의 싹이 돋고 소박한 꽃이 막 피어나는 따스한 봄날 아침, 소리아는 아름답다. 파란 하늘 지평선 아래 안개 풀린 산, 맑은 날 볕내 나는 스페인은 곱다.
이 시는 마차도가 소리아에 대해 지은 최초의 시로 1907년 5월 프랑스어 교사직을 위하여 소리아에 이주한 후 작성했다고 알려져 있고 그의 시집 ≪고독, 갱도, 다른 시 Soledades, Galerías, Otros poemas≫에 실렸다. 1907년에서 1917년에 지은 시를 엮은 두번째 시집 ≪카스티야의 들판 Campos de Castilla≫에 등재된 시 <두에로 강변 A orillas del Duero>과 다르게 위 시는 풍경만 있고 사람은 없다. 소리아의 자연에 스페인의 잃어버린 영광스러운 과거, 마비된 현재와 희망의 미래를 투영했던 후기작과 다르게 관찰한 나무, 꽃, 강물, 황새, 제비, 햇살, 하늘을 인상주의 화가의 붓놀림처럼 사랑스럽게 그렸다. 쓸쓸한 것은 있다. 낡고 외로운 가옥. 하지만 이 마저 제비가 깃들 것이고, 새파랗게 맑고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봄날 아침, 소생하는 생명이 신기롭고, 소리아의 강산은 요요하고, 에스파냐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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