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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스페인 시

네 마음은... El alma tenías 페드로 살리나스 Pedro Salinas의 시

by brasero 2020. 11. 28.

네 마음은
활짝 열려 있었지
난 결코 네 마음으로
들어가지 못했어.
좁은 지름길
높고 어려운 된길을
찾았어...
사람들은 넓은 한길로
네 마음으로 들어갔어.
네가 높은 벽에 네 마음을
가두어 놓은 꿈을 꾸었고
나는 높은 사다리를 준비했어
그런데 네 마음은
파수꾼이 없었어
담도 없고 울타리도 없었어.
네 마음의 좁은
문을 찾았어
하지만 문이 없었어
네 마음의 입구는
자유롭게 열려 있었어.
어디서 시작했지?
어디서 끝났었지?
나는 늘
네 마음의 흐릿한 경계에
앉아 있었어.

El alma tenías
tan clara y abierta,
que yo nunca pude
entrarme en tu alma.
Busqué los atajos
angostos, los pasos
altos y difíciles...
A tu alma se iba
por caminos anchos.
Preparé alta escala
—soñaba altos muros
guardándote el alma—
pero el alma tuya
estaba sin guarda
de tapial ni cerca.
Te busqué la puerta
estrecha del alma,
pero no tenía,
de franca que era,
entradas tu alma.
¿En dónde empezaba?
¿Acababa, en dónde?
Me quedé por siempre
sentado en las vagas
lindes de tu alma.

만물은 내 눈으로 본다. 사람도 내 눈으로 본다. 너는 네가 아니라 내가 보는 너다. 내가 생각하는 너다. 내가 이해하는 너다. 내가 만든 너다. 하지만 내가 미치지 못한 오롯한 너, 네 마음으로 통하는 큰길에 사람들이 쉽게 드나드는데 더 빨리 가려고 나는 지름길로 갔고 걷기 힘든 된길이나 헤쳐나가야 하는 덤불길을 걸었다. 네 마음에 벽이나 담이나 울타리를 치고 경비원이 지키는 줄 알고 사다리에 오르기도 했다. 네 마음으로 들어가는 문은 좁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문을 열고자 했는데, 네 마음엔 그런 문이 없더라. 사방으로 활짝 트여 있더라. 그런데도 난 네 마음의 변추에서 서성거렸다. 상대방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 시각을 버려야 하고, 어쩌면 나의 전부를 버려야 할 것이다. 

김춘수의 <꽃>이란 시에서 이름을 제대로 불러 주어야 "몸짓"뿐인 그나 그녀가 "꽃"이 되어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듯, 대상은 내가 아닌 대상의 가치로 인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에움길을 돌거나 고팽이가 높다란 비탈길을 갈 수밖에 없다. 

위 시는 페드로 살리나스(Pedro Salinas, 1891~1951)의 시집 <<예지 Presaigos>> (1923)에 실려 있다. 시인은 '27 세대' (Generción del 27)의 작가로 20세기 초 스페인 아방가르드 (vanguardia) 문학에 일조했다.  '1927년 세대' 시인들은 낭만, 감상, 역사, 이야기 따위의 시 외부를 허위로 간주하고 시에서 배격한 순수시를 썼다. 시는 의미하기보다 존재하는 것이고 설사 헛노릇이라도 앙드레 지드(André Gide)의 용어로 '절대적 비의미 (insignificancia absoluta)'까지 밀고갔다. 달리 말하면 '철저하게 쓸모없음 (insignificancia absoluta)'이라도 덤덤하게 시를 지었다. 무용하고 시끄러운 개구리울음이라도 좋다. 쓸데 있는 것은 세상을 돌아가게 하지만 세상을 발명하진 못한다. 발명은 쓸데없는 헛짓거리의 몫이다. 소용에 닿는 것만 대수랴! 오사리잡것, 치룽구니 개방귀라도 빛이 될 때가 있다. 

순수시의 한 갈래, 자동기술법에 의존하는 초현실주의 시의 난수표같은 의미를 해독하는 어려움은 없고 적절한 음률도 있고 개념을 상징화한 수작으로 곰곰이 되짚어야 하는 좋은 시이다.

살리나스의 다른 시는 반사실주의 비유가 뚜렷하다. 가령, 언더우드 제품의 타자기를 묘사한 시 <언더우드 소녀 Underwood girls>는 타자기를 소녀, 구름, 파도, 요정이라 해서 시가 이렇게 '무의미' 하면서 의미가 있는지 보여주었다.

시집 <예지> 1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