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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류/북중남미의 새

케찰 quetzal - 과테말라케찰과 멕시코케찰 caluro

by brasero 2024. 7. 1.

스페인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DRAE)에 등재된 중남미 새들의 우리말 명칭을 찾고 있다. 종이사전 DRAE(2014, 23판)의 2,289 쪽에 실린 낱말을 훑어보며 중남미 조류를 찾는 일이 우선이다. DRAE 온라인 사전이 네이버에 탑재된 국어사전처럼 검색어를 치면 모든 결과를 보여주면 편하지만 그렇지 않다. DRAE의 PDF 파일이 있더라도 ave 또는 pájaro라는 검색어로 조류만 보고 싶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깨알보다 작은 활자를 하나하나 맨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 

중남미의 새를 찾았다면 뜻풀이를 읽고 난 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을 찾아본다. 이제부터 인내의 시간이다. 엣스 뜻풀이를 믿을 수 있는지 검증을 한다. 인터넷을 뒤적거린다. 어떤 낱말은 옛날에 사용했거나 중남미에만 통용하는 것이라서 세계조류협회(IOC)의 목록이나 Avibase의 조류 목록에 등재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구글 도서검색이나 스페인국립전자도서관에 접속해 옛 문헌을 찾는다. 

종이사전에서 오늘 맞닥뜨린 낱말은 caluro이다. 날도 더운데(caluroso) 마침 caluro이다. 오후 6시에 잉글랜드와 슬로바키아의 유로컵 8강전을 시작하기 전까지 마칠 수 있을는지.

caluro의 어원은 그리스어 '아름답다 kalos'와 '꼬리 urod'의 합성어이다. 즉 caluro는 '꼬리가 아름다운 새'다. 남성명사이고 멕시코의 새다. 나무를 기어오르는 새, 즉 나무에 사는 새이고 몸의 깃털은 녹색과 검은색이고 날개는 검은색이자 희고, 부리는 가늘고 끝으로 굽었다.

학명이 없다. DRAE 집필자는 표준국어대사전이나 고려대한국어대사전처럼 학명을 제시하지 않았을까. 시대에 따라서 과학의 발전에 따라서 학명이 변하기 때문일까. 그러면 변하는 학명도 기록하면 될 터인데.

엣스는 "(멕시코) 깔루로 (중남미 산 딱따구리의 일종)"으로 뜻을 새겼다.

caluro일 가능성이 있는 나무에 기어오르는 새는 딱따구리 이외에도 나무발발이, 동고비와 천공조류목의 구멍파는새과의 조류가 있다. 엣스는 '딱따구리' 종이라고 못 박았다. 그리고  "중남미 산 딱따구리"에서 '산'이 태생 산(産)인지, 들이나 강이 아닌 뫼, 산(山)지 알 수 없다.

이제부터 검증의 시간이다.

  딱따구리(carpintero, pico, pito, picamadero, picatronco, 영어 woodpecker)는 꼬리가 그렇게 아름답지 않으나 '딱따구리의 일종'이라고 했으니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 딱따구리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뉴기니섬, 마다가스카르섬을 제외하고 세계 곳곳에 분포한다. IOC 세계조류목록14.1(2024)에 의하면 딱따구리과는 37속에 약 250종이 있다.

이중 미국 남부와 멕시코와 멕시코 남쪽으로 국경을 접하고 있는 과테말라와 벨리즈, 과테말라와 남쪽으로 국경을 접한 온두라스와 엘살바도르,  더 남쪽으로 파나마에 서식하는 딱따구리는 26종이다.

26종을 하나씩 eBird에서 사진을 찾아 DRAE의 묘사처럼 몸 전체가 진한 녹색이고 날개가 희고 검은지 확인했다.

대개 멕시코딱따구리(pico mexicano, 학명 Dryobates scalaris)같이 깃이 검은색이고 사닥다리를 이루는 흰 점이 있다.  

멕시코딱따구리, 좌 수컷 우 암컷- 사진 eBird Raul Urgelles

아니면, 갈색딱따구리(carpintero café, 학명 Leuconotopicus fumigatus)처럼 갈색이다. 어떤 종은 회색이나 황갈색에 흰 점이 있거나 없다.

갈색딱따구리 수컷- 사진 위키백과

단 한 종, 붉은죽지딱따구리(carpinterito alirrufo, 학명 Piculus simplex)가 등과 날개가 녹황색이다. 

붉은죽지딱따구리- 사진 eBird Andres Vasquez Noboa

하지만 이 딱따구리의 깃은 검은 녹색이 아니고 부리도 휘지 않았기 때문에 caluro가 아닌 것이 확실하다. caluro는 딱따구리가 아니다. 그러면 나무에 생활의 터전을 꾸리는 다른 새를 살펴보아야 한다. 

 나무발발이(agateador, 영어 treecreeper)는 부리가 가늘고 굽었다. 하지만 꼬리는 나무줄기에 달라붙으며 몸을 지탱하기 위해 빳빳하다. 아름다울 정도는 아니다. 물론 아름다움은 상대적 가치이지만. 깃털은 진녹색이 아니고 유럽과 아시아에만 서식한다. caluro가 아니다.

나무발발이, 사진 위키백과

 동고비(trepador, 영어 nuthatch)는 세계조류목록 IOC 14.1(2024)에 따르면 29종이다. 딱따구리가 만들어 놓은 나무 구멍 등에 알을 낳는다. 동고비는 대부분 유라시아에 서식하고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에 사는 종은 둘이다. 

  • 흰가슴동고비 trepador pechiblanco (학명 Sitta carolinensis) 
  • 꼬마동고비 trepador enano (학명 Sitta pygmaea) 

흰가슴동고비, 사진 eBird - Ryan Schain
꼬마동고비, 사진 eBird Bryan Calk 아래 링크

깃털이 녹색이 아니다. 게다가 꼬리는 caluro의 어원처럼 예쁘지 않고 펑범하다.

그러면 caluro는 구멍파는새과(Trogonidae, 한국어 위키백과는 '비단날개새과'로 번역)의 조류일 수밖에 없다. 열대 또는 아열대 지역의 숲속의 썩은 나무나 흰개미집 등에 구멍을 뚫는 새다. IOC 14.1에 따르면 7속 46종이 있는데, 멕시코와 멕시코 주변 국가에 서식하는 종은 7종이다. 이중 멕시코케찰과 과테말라케찰 두 종이 DRAE가 기술한 caluro을 만족시킨다.

1. 멕시코케찰(quetzal orejón, trogón orejón, 영어 eared quetzal, 학명 Euptilotis neoxenus) - 등과 날개덮깃은 광택이 나는 진녹색이고 첫째날개깃과 둘째날개깃은 검은색에 흰 무늬가 있다. 부리는 끝으로 굽어 있다. 몸길이가 33~36 cm이고 멕시코 서부에 서식한다. 

멕시코케찰, 사진 GBIF iNaturalist rafaelestrada

2. 과테말라케찰(quetzal guatemalteco, 영어 resplendent Quetzal, 학명 Pharomachrus mocinno) - 수컷은 전체적으로 녹색이고 날개만 검은색에 흰색 희끗희끗하게 보인다. 부리는 끝으로 휘어져 있다. 꼬리가 길고 아름답다.

과테말라케찰 수컷, 사진 iNaturlalista - valearsa24

암컷은 머리는 검은색이고 등과 날개덮깃은 광택이 나는 진녹색이고 날개깃은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고 부리는 끝으로 굽어 있다. 꼬리가 수컷의 꼬리에 비해 상당히 짧다.

과테말라케찰 암컷, 사진 iNatualista - Alberto G. Nadal 촬영지 멕시코
과테말라케찰 암수, 사진 Kike Heredia 촬영지 멕시코

위 두 종이 DRAE의 caluro라는 확신이 들지만 확정을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다.

후안 빌라노바 이 삐에라가 지은 《자연사의 창조 La creación hisortica natural》(1874)에 caluro는 '케찰'이라고 했다.

91쪽에 Los caluros를 소개하면서 머리가 넓고 납작하고 부리는 가늘고 끝이 굽었고 깃이 아주 멋있는 구멍파는새류(trogonidos)라고 했다.

이어서 caluro resplandeciente(광택이 나는 caluro)란 종을 묘사하며, '지역인들은 quesal (오늘날 철자 quetzal)이라고 하며 녹색 깃이 아주 아름답고 날개는 검은색이다'라고 했다. 

이 새의 학명은 Calurus resplendens인데, 오늘날의 Pharomachrus mocinno 즉 전술한 과테말라케찰이다. 학명에서 '광택이 나는(resplendens)' 단어는 사라졌지만 과테말라케찰의 영어 명칭 resplendent quetzal(광택이 나는 케찰)에 남아 있다.

다윈 온라인 https://darwin-online.org.uk/ Calurus resplendens는 과테말라케찰이다

과테말라케찰의 수컷은 '아름다운 꼬리의 새'라는 caluro의 어원에 부합하고, 깃은 녹색이고 날개 일부는  검은색과 흰색이 섞여 있다. 

과테말라케찰 수컷, 사진 eBird, Gabriel Willow

과테말라케찰은 멕시코를 비롯한 과테말라, 더 남쪽으로 파나마까지 서식하는 조류이다. 이 새는 과테말라의 국조로 과테말라 국기에 들어가 있고 과테말라 화폐 단위의 명칭이기도 하다. 

DRAE는 케찰 quetzal을 DRAE는 "어원 '깃털이 아름답다'는 뜻의 나와틀어 quetzalli, 나무를 기어오르는 새, 아메리카 열대지역에 서식하고 25cm, 익폭 54cm...깃은 번쩍이는 푸른색이고 가슴과 배는 적색이고 수컷의 머리는 암컷보다 더 발달된 녹색 털이 올라와 있고 발과 부리는 노란색이다."

동아출판 영한사전은 '케트살'로 두산백과는 '케찰'로 옮겼다.

네이버(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껫살'로 옮겼다.

발음을 제대로 표기하면 '케찰'이 아니라 '께찰'이겠지만 표준국어대사전이 국가 'Cuba'를 된소리 '꾸바'로 표기하지 않고 '쿠바'라고 하듯 '케찰'로 적는다. 같은 논리로 '멕시코케찰'과 '과테말라케찰'보다 '멕시꼬께찰'와 '과떼말라께찰'이 스페인어 발음에 근접한 표기이다.

caluro는 '과테말라케찰'이란 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개념을 조금 확장하면 '멕시코케찰'을 뜻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과테말라케찰 quetzal guatemalteco  사진, 영상, 울음소리 eBird

https://ebird.org/species/resque1

▶ 멕시코케찰 quetzal orejón = trogón orejón 사진, 영상, 울음소리 eBird

https://ebird.org/species/ear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