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냥꽁냥은 연인끼리 다정하게 손을 잡는 둥 볼을 쓰다듬는 둥 상대방을 어루만지며 속닥속닥 말을 나누는 모양을 뜻한다.'꽁냥질' 은 이런 행동을 못마땅하게 일컫는 말이다. 이런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실없이 서낙하게 하는 농튼 행위는 단순한 감정놀음이거나 불장난일 수도 있지만 진지한 연인 사이에서도 가능한 행동이다. 아니, 나이 지긋한 부부도 꽁냥꽁냥 할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이런 주책이 넘치는 부부는 불륜 사이이라고 성급하게 낙인을 찍는다.
꽁냥꽁냥을 스페인어로 pelar la pava 라고 한다. pava는 암컷 칠면조이고 동사 pelar는 깍다, 벗기다 등의 다의어이지만 여기서는 털을 뽑다는 뜻이다. '암 칠면조의 털을 뽑다'가 사랑하는 사람끼리 애무하며 콧바람 소리를 내며 곰살궂게 대화하는 뜻이 된 이유가 뭘까. 혹시 너무 사랑스러워 털이 뽑힐 정도로 애정 표현을 해서 그럴까.
사실은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에 기원이 있다. 어느 마님이 하녀에게 칠면조를 요리하라고 시켰고 하녀는 창살이 있는 부엌에서 암컷 칠면조를 준비하고 있었다. 창가에 젊은 남자 혹은 그녀의 남자 친구가 나타났다. 둘은 노닥거리며 잔불질을 하느라고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요리가 빨리 오지 않자 마님이 왜 이리 늦느냐고 다그치자 하녀는 "다 됐어요, 마님, 지금 칠면조 털을 뽑고 있어요 Ya voy, señora, que estoy pelando la pava”라고 다급하게 대답했다고 한다. 그래서 칠면조의 털을 뽑는 것은 남녀 간에 애정 표현을 뜻하게 되었다.
스페인 왕립학술원 스페인어사전 RAE는 "사랑하는 사람끼리 대화하다"라고 밋밋하게 풀이했다.
엣센스 스페인어사전은 관용구의 기원을 반영하여 "창문의 위 아래나 철격자 사이에서 사랑을 속삭이다"라고 상세하게 번역했다.
콜린스 Collins 서영사전은 "달콤한 의미없는 말을 속삭이다 to whisper sweet nothings"라고 번역했다.
옥스퍼드 서영사전은 pelar la pava를 '키스 kiss와 포옹 cuddle'으로 번역했다. 그러면 대화와 스킨십이 포함된 '꽁냥꽁냥'은 pelar la pava 라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아래는 뻬드로 안또니오 데 알라르꼰(Pedro Antonio de Alarcón)의 소설 <삼각모자 El sombrero de tres picos> (1874)에 pelar la pava이다.
주교를 대동한 참사회 신부들이 방앗간에 들러 오후 간식으로 케이크를 방앗간 주인 띠오 루까스와 그의 아내 프라스끼따와 그 이외 도시의 행정관(Corregidor) 등과 나누어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어둠이 깔린 길을 가다 어떤 집의 격자창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을 발견한 장면이다.
Cerca de casi todas las rejas bajas se veía (o se olfateaba, por mejor decir), un silencioso bulto negro. Eran galanes que, al sentir pasos, habían dejado por un momento de pelar la pava...
집의 낮은 격자창 주위에는 조용해지는 검은 덩어리가 보였다 (정확하게 말하면 눈치챌 수 있었다). 다가오는 발걸음을 듣고 꽁냥꽁냥 정다운 몸짓을 멈춘 연인들이었다 (소설 13장).
엘 꼬레오 데 안달루시아 신문의 코로나 19 시대 즉 "판데믹 시대에 꽁냥꽁냥" 기사
https://www.elcorreoweb.es/opinion/2020/11/10/pelar-pava-pandemia-1045814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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