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마차도, 유년의 추억 - 레몬나무와 분수
우리 모두 영혼이 맑은 어린이였다. 나이를 먹으면서, 늙어가면서 탁해져서 그런지 순수했던 유년이 그리워지는 법이다.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반응하는 자연스러운 시기였다. 어릴 때를 회상하면 항상 순백의 화폭이 펼치지는 것은 아닐 것이고, 사람마다 유년의 추억이 다를 것이다. 기쁨이나 설렘보다 아픔, 서러움, 슬픔이 먼저 떠오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아래 기형도(1960~1989)의 시 에는 걱정, 무서움, 쓸쓸함, 서글픔이 들어 있다. 엄마 생각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
2021. 1.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