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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유럽 중남미 대중 음악

다비드 비스발의 발라드 '소리'와 김춘수의 시 '강우' - El ruido de David Bisbal

by brasero 2020. 8. 2.

스페인 노래 - 대중 음악-을 들으면서 다비드 비스발(David Bisabal, 1979 ~ )을 빠뜨릴 수 없을 것이고, 다비드 비스발하면 그의 히트곡 <아베 마리아 Ave María>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동시에 다비드가 가수로 이름을 떨치게 된 계기가 된 스페인 국영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RTVE)의 가수 등용문 프로그램 '오떼/오테 OT - Operación Triunfo) 2001'가 생각나고, 그러면 이 합숙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꿈 많던 젊은이들의 얼굴들 중에 다비드 옆에 꼭 붙어 사진을 찍은 OT의 참가자이자 눈이 맞아 여친이 된 체노아(Chenoa, 1975 ~ )가 새록새록하다. 두 사람은 결국 2005년에 헤어졌다. 그후 다비드는 엘레나와 동거를 하며 딸을 낳고 잘 살다가 2011년에 또 헤어졌다.이후 지금 결혼한 여성과 사귀고 있던 2016년에 11월 1일 OT를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다비드는 체노아와 무대에 올라 <Escondidos 숨겨진 사랑>을 듀엣으로 불렀다. 다비드와 체노아는 쇼의 하이라이트였는데 노래가 끝나고 손을 잡고 있던 체노아가 다비드에게 키스를 할려고 시도할 찰나 다비드가 코브라처럼 머리를 돌려 피해버렸다. 이 "la cobra (키스 제의를 피하는 행위)"는 두고두고 입방아에 올랐다.

다비드가 체노아의 키스를 피했을까 아닐까 (hubo o no hubo cobra)-Sur지 기사 제목과 사진 2016. 11. 2.

발라드 <소리 el ruido>를 위한 서언이 길었다. ruido는 소음이란 뜻이고, 부정적인 의미가 있어 곡에 어울리게 '소리'로 순화했다. 

발라드 <소리 el ruido>는 다비드에게 아주 소중한 노래이다. 사람의 마음이 간사한지라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때는 그저 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그런 소중함을 모르기 마련이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이 좋다가도 어떤 때는 뒤통수도 쳐다 보기 싫고 숨소리도 듣기 싫을 때가 있다. 현실은 늘 우리에게 좋은 것만 주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사람과 헤어져 볼 수 없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그리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람의 목소리, 발소리, 웃음소리, 행복했던 소리가 소환되기 마련이다. 이 노래는 첫 딸과 첫 딸을 낳아 준 엘레나 타블라다(Elena Tablada, 1981~)를 위한 곡이다.

다비드 비스발과 엘레나 타블라다 (사진 mascorazon.com)

곡과 가사는 2002년 OT, 즉 OT 2기생인 '베가 (Vega, 1979~ 코로도바 태생)'가 지었고, 다비드의 2009년 네 번째 정규 앨범 <Sin mirar atrás 뒤를 돌아보지 마>에 수록되었다.

아래는 본인이 만든 노래에 대한 베가의 트윗이다. "10년 전에 친구 다비드 비스발을 위해 이 곡을 만들었고, 내가 쓴 곡 중 하나가 세대에 상관 없이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음악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소리, el ruido>는 그런 곡이 되고 있습니다. 고마워 다비드, 고마워."

다비드 비스발의 발라다(balada, 발라드의 스페인어)를 들으면 고인이 된지 좀 된 우리나라 상징주의 시의 대가, 김춘수(1922 ~2004) 시인의 <강우>란 시가 생각난다.  55년 간 정들고 사랑했던 아내와 사별하고 난 뒤 허전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시다.  엉뚱한 비교일지는 모르지만 없는 사람을 그리워하고 돌이킬 수 없는 애잔함은 크게 다르지 않다.

강우 降雨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코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괴가 다시 도졌나, 아니 아니
이번에는 그게 아닌가 보다.
한 뼘 두 뼘 어둠을 적시며 비가 온다.
혹시나 하고 나는 밖을 기웃거린다.
나는 풀이 죽는다.
빗발은 한 치 앞을 못 보게 한다.
왠지 느닷없이 그렇게 퍼붓는다.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고,

다비드 비스발의 <소리 El ruido> 2012년 로얄 알베르토 홀(The Royal Albert Hall)의 콘스트 실황 

No puede ser, se me escapó
Se fue con un suspiro apagando mi razón
Y ahora ya no creo en nada

그럴 수가 없어, 가버렸어
머리를 지우면서 한숨과 함께 사라졌어
이제 난 아무것도 믿지 않아

La busco aquí, en la habitación
Su ropa en el armario conserva aún su olor
Apuntalando mi nostalgia

그녀를 찾았어, 방 안에서
옷장 속의 옷은 그녀의 체취가 남아 있고
그리움의 날을 세우고 있어

Oigo su voz, aun que no está
Sigo tratando de aceptar

여기에 없지만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듣고 있어

Que me falta el ruido
Sus pasos por la casa, siempre, ruido
Su risa recorriendo los pasillos
La vida se me antoja eterna
No me siento capaz de ser feliz
Si ella no está, si me falta ruido
Si me falta ruido

소리를 듣고 싶어
집을 거니는 발걸음 소리, 늘, 그 소리
복도를 달리는 웃음소리
인생은 끝이 없어
난 행복할 수 없어
그녀가 없으니, 소리를 듣고 싶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싶어

Donde quiera que estés
El caso es que yo sigo aquí
Buscando mil motivos que ayuden a seguir

그녀가 어디에 있든지
중요한 것은 여기에 난 있다는 것
앞으로 나아갈 수천 개의 이유를 찾으며

Pero no sirven de nada
La busco aquí, en cada canción
No logro imaginarme un cielo aún mejor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어
여기서 그녀를 찾고, 내가 부르는 노래
하나하나가 천국보다 좋아

Que su trasluz en la ventana
Oigo su voz, aun que no está
Sigo tratando de aceptar

그녀가 빛이 되어 창가에 어려
여기에 없어도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그 소리를 듣고 있어

Que me falta el ruido
Sus pasos por la casa, siempre, ruido
Su risa recorriendo los pasillos

소리를 듣고 싶어
집을 거니는 발걸음 소리, 늘, 그 소리
복도를 달리던 웃음소리

La vida se me antoja eterna
No me siento capaz de ser feliz
Si ya no está, si me falta ruido
Si me falta el ruido

인생은 끝이 없어
난 행복할 수 없어
그녀가 없으니, 소리를 듣고 싶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싶어

Si me falta el ruido
Sus pasos por la casa, siempre ruido
Su risa recorriendo los pasillos
La vida se me antoja eterna
No me siento capaz de ser feliz si ya no está
Si me falta el ruido

소리를 듣고 싶어
집을 거니는 발걸음 소리, 늘, 그 소리
복도에 날리는 웃음소리
인생은 끝이 없어
난 행복할 수 없어 그녀가 없으니
소리를 듣고 싶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싶어

Sus pasos por la casa, siempre ruido
Su risa recorriendo los pasillos
La vida se me antoja eterna
No me siento capaz de ser feliz si ya no está
ya
Si me falta el ruido
Si me falta ruido

집을 거니는 발걸음 소리, 늘, 그 소리
복도를 달리는 웃음소리
인생은 끝이 없어
난 행복할 수 없어 그녀가 없으면
소리를 듣고 싶어
그녀의 소리를 듣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