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재산과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는가. 이런 순애보 원칙이 있고 실행하기 어렵지만 동서고금으로 순수한 사랑을 뜻하는 말은 있다. 스페인에서는 contigo(당신과 함께) 있다면 pan y cebolla(빵과 양파)만 있으면 된다는 한다. 빵과 양파는 우리나라의 밥과 풋고추처럼 허기를 달래는 음식이다.
관용구 Contigo pan y cebolla에 해당하는 우리 속담은 '천생연분에 보리개떡'이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보리개떡을 먹더라도 의좋게 산다는 뜻이다. 오늘날의 보리개떡이야 별미이고 건강식이지만 보릿겨나 보리 싸라기를 얇고 둥글넓적하게 반죽하여 찐 떡은 먹을 게 귀하던 시절에 먹던 것이었다.
아니면 '삿갓 밑에서도 정만 있으면 산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돈이 없어 궁색하고 고생스럽게 오두막에 살더라도 사랑한다면 화목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다.
우리의 보리개떡이나 삿갓 집이 스페인의 빵과 양파인 셈이다.
'Contogo, pan y cebolla 꼰띠고, 빤 이 세보야'는 마누엘 에두아르도 데 고로스띠사(Manuel Eduardo de Gorostiza, 1789~ 1851, 스페인 식민지 멕시코의 베라꾸스 태생의 극작가, 외교관)이 1833년에 발표한 극의 제목이다.
또한 19체시 스페인의 소설가, 베니또 뻬레스 갈도스(Benito Pérez Galdós)가 1892년에 발표한 <뜨리스따나 Tristana>에서 사용한 표현이기도 하다.
¡Vaya, que á una mujer de tu temple salirle con la monserga de las tijeras y el dedalito, de la echadura de huevos, del amor de la lumbre, y del contigo pan y cebolla! Mucho cuidado, hija mía, mucho cuidado con esas seducciones para costureras y señoritas de medio pelo...» (Benito Pérez Galdós, Tristana. Madrid: Imprenta La Guirnalda, 1892, p. 175).
이렇게 양파는 가난을 상징한다. 스페인 내전의 희생자, 미겔 에르난데스(Miguel Hernández, 1910~1942, 발렌시아주 알리깐테도 오리우엘라 Orihuela 태생)가 1938년에 투옥된 감방에서 부인과 아이를 위해 휴지에 적은 시 <양파의 자장가 Nanas de la cebolla>에서 양파는 궁핍과 배고픔을 은유한다.
La cebolla es escarcha / cerrada y pobre. / Escarcha de tus días / y de mis noches. / Hambre y cebolla, / hielo negro y escarcha / grande y redonda..... 양파는 서리이다 / 닫히고 가난한 / 당신의 낮과 나의 밤에 내리는 서리 / 허기와 양파 / 검은 얼음과 서리 / 크고 둥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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