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크리켓 장타 유리창 파손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5장의 마무리 부분, 블룸은 랜스터가 Leinster street에 있는 목욕탕(아래 사진 ④번)에 들어가기 전에 한 구역 아래 킬데어가 클럽 the Kildare street club(사진 ⑤번)의 유리창이 크리켓 공에 와장창 깨진 것을 떠올렸다.
공은 맞은편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크리켓 경기장에서 날아온 것이다. 이 사건이 포함된 단락이다.
Heavenly weather really. If life was always like that. Cricket weather. Sit around under sunshades. Over after over. Out. They can’t play it here. Duck for six wickets. Still Captain Culler broke a window in the Kildare street club with a slog to square leg. Donnybrook fair more in their line. And the skulls we were acracking when M’Carthy took the floor. Heatwave. Won’t last. Always passing, the stream of life, which in the stream of life we trace is dearer than them all.
정말 천국의 날씨이다. 인생이 늘 이랬다면. 크리켓 날씨. 차양 아래 둘러앉았다. 오버 다음 오버. 아웃. 여기 사람들은 크리켓을 하지 않아. 6 위켓 무득점. 하지만 컬러 주장의 스퀘어 레그 쪽 장타로 킬데어가 클럽의 창문을 깨버렸어. 도니브룩 시장이 우리 아일랜드에게 어울려. 맥카시가 들어왔을 때 우리는 두개골을 빠개고 있었어. 열의 파동. 오래가지 않아. 항상 지나가지, 인생의 흐름, 그런데 우리가 밟고 따르는 인생의 흐름이 가장 값진 것이야. (필자 옮김)
느긋하게 생각을 하며 진행되는 크리켓 경기를 하며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영국 사람에 비해 충동적이고 시끄럽고 격렬한 아일랜드인을 비교하는 단락이다. 날씨가 천국처럼 좋다. 인생이 항상 이러면 좋겠어. 크리켓 하기 좋은 날. 차양 sunshades아래 둘러앉아 경기를 구경한다. 오버가 되고 또 오버. 아웃. 아일랜드에서는 크리켓을 하지 않아.
오버 over는 야구의 투수 격인 볼러 bowler가 타자 batter (striker)에게 6번의 투구 delivery를 하는 것이다. 6번의 투구 중에 타자는 공을 치거나 안 칠 수 있다. 쳤다면 달려서 점수를 내거나 run, 쳤지만 달리지 않을 수도 있고, 달렸으나 공이 잡혀 죽을 수 있고 out, 야구의 스트라이크처럼 공이 위켓 wicket(세 가닥의 나무, 위에 가로로 두 개의 베일 bail이 있음)을 맞아 베일이 떨어져 out 할 수 있다. 6번 투구를 마치고 심판이 over를 선언하면 투수가 교체되고 이 투수는 피치의 반대편에서 공을 던진다. Over after over란 말은 투수가 두 번 교체되었다는 말이다. over는 경기 종류마다 다르나 ODI(one day international 국제 경기)에서는 한 팀이 50 overs만 하도록 되어 있다.
타자가 죽는 out이 되는 경우는 11가지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전술한 것처럼, (1) 던진 공이 위켓의 스텀프 stump를 맞추어 베일이 떨어질 때 bowled(야구의 스트라이크), (2) 공을 쳤으나 잡혔을 때 caught, 이외에도 (3) 타자가 스트라이크 즉 bowled 당하지 않게 다리(다리에 패드 착용)로 공을 막았지만 공이 위켓을 맞추고 베일을 떨어뜨릴 것으로 간주될 때 LBW -Leg Before Wicket, 심판이 결정함, (4) 공을 치고 달렸으나 반대편 위켓의 crease에 도착하기 전 상대편 수비수가 공으로 위켓의 베일을 떨어뜨렸을 때 run out, (5) 타자가 crease선을 벗어났고 공을 헛 치고 타자가 crease선 안으로 복귀하기 전에 포수가 베일을 떨어뜨렸을 때 stump out (야구의 스윙 아웃), (6) 투수가 방망이나 몸으로 베일을 떨어뜨렸을 때 hit wicket out, (7) 타자가 공을 손으로 잡았을 때 handled the ball, (8) 타자가 공을 두 번 칠 때 hit the ball twice, 등이다.
Duck for six wickets는 '6위켓 무득점'이란 말이다. duck은 0점을 뜻한다. 숫자 0이 오리알을 닮았기 때문이다. 위켓은 크리켓에서 세 갈래 나무 스텀프 stump와 베일 bail을 뜻하나 동시에 타자가 아웃되었을 때 쓰는 용어이다. 그러면 6위켓은 6명의 타자가 0점으로 타석에서 물러났다는 말이다. 이런 팀은 패색이 짙다. 상대편이 0점이고 공격한 팀이 6점을 얻어 6 대 0으로 이기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6명의 타자가 아웃되었다 해도 양 팀의 점수는 천차만별이다. 10 위켓은 1 이닝이 되어 공수가 교대된다.
김종건은 '6위켓 대 0'이라고 옮겼다. 한 팀이 6 위켓을 득하고 다른 팀이 0이란 뜻 같다. 하지만 이 번역의 주석 115는 "크리켓 경기에서 타자수의 잇따른 여섯 개의 아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기포드 Gifford의 《율리시스 주석》의 설명 'six outs in sequence'을 참조한 것으로 여전히 이해가 쉽지 않다. six outs은 사실 여섯 명의 타자가 out 되는 것이지 연속해서 out 될 필요는 없다.
▶다양한 위켓으로 아웃되는 타자 - 타자 잡은 투수, 인도의 자데하 투수
스퀘어 레그 쪽으로 친 장타 with a slog to square leg는 '스퀘어 레그(좌익)에게 던진 강타'가 아니다 (위 김종건). 360도 방향으로 칠 수 있는 크리켓에서 스퀘어 레그는 타자의 왼쪽이다. slog는 야구의 slugging처럼 장타이다. 이 공이 담장을 넘어 킬데어가 클럽의 창문을 부숴버렸다. 야구로 치면 장외 홈런을 한 것이다.
▶ 스퀘어 레그 쪽으로 날아간 장타가 더블린 트리티니대학교 크리켓 경기장 담을 넘어 킬데어가 클럽 건물 유리창 타격
▶크리켓 경기장- 스퀘어 레그 square leg 위치, 아래 우측 붉은 원, 우타자 기준
킬데어가 클럽은 the Kildare street club은 1782년에 설립된 앵글로 아일랜드 개신교인들이 모인 친영 클럽으로, 기포드 Gifford에 의하면 더블린에서 최고의 캐비어를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컬러 Culler 주장은 아일랜드 출신 크리켓 선수 Charles Francis Buller이다는 견해가 있다. 판본에 따라 Buller일 때가 있다.
도니브룩 시장 Donnybrook fair은 더블린 남동부 지역으로 12세기부터 1855년까지 시장이 섰다. 이곳은 싸움이 끊이지 않은 시끄러운 곳으로 대소동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말의 시끌벅적한 '도떼기시장'과 유사한 의미이다. 영국인과 다르게 아일랜드인은 소란스럽고 떠들썩한 성격이라는 말이다.
이어서 맥카시 M’Carthy가 등장하는데, 마치 크리켓 경기장의 투수나 타자로 들어온 것처럼 무대에 오르거나 발언권이 주어지면 took the floor, 머리가 쩍 갈라지듯 열광을 한다고 했다. 맥카시는 로버트 마틴이 지은 뮤지컬 노래 <Enniscorthy 에니스코디>(1888)의 주인공으로 밤을 새워 파티와 무도회를 즐기며 싸움질을 하는 등 천방지축 제멋대로 사는 사람을 대표하는 아일랜드인이다. 맥카시는 아일랜드인은 주정꾼이고, 무식쟁이이고, 감정이 쉽게 격하고 싸움을 좋아하고, 충직하나 우둔하고, 웃음거리라는 식민주의자들이 단정해버린 인습에 걸맞은 인물이다. 'the skulls we were acracking 우리는 머리를 빠개고 있었다'는 노래의 And the skulls, faith, they were cracking / When McCarthy took the flure in Enniscorthy. 맥카시가 에니스코디에 등장했을 때 / 그들은 두개골을 빠개고 있었어'란 노랫말을 가져온 것이다. 에니스코디는 아일랜드 남동부에 있는 마을이다. 두개골을 실제로 쩍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한바탕 소동이 일어났다는 비유이다.
이어서 이런 열파 heatwave 같은 열기나 열광은 오래가지 않고, 지나가기 마련이고, 이는 어쩔 수 없는 인생의 흐름이고, 어차피 살아가는 노정에서 지나가 버리는 것이지만 우리 발로 밟으며 따라가는 삶의 궤적이 가장 값진 것이라고 조이스 답게 마무리했다. 쉽게 흥분하고 떠들썩하고 술에 취한 아일랜드인이라는 불명예도 따지고 보면 이 또한 지나가 버리지만 우리 아일랜드인이 일상에서 경험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Heatwave. Won’t last. Always passing, the stream of life, which in the stream of life we trace is dearer than them all. 열의 파동. 오래가지 않아. 항상 지나가지, 인생의 흐름, 그런데 우리가 밟고 따르는 인생의 흐름이 가장 값진 것이야.
the stream of life we trace is dearer than them all는 아일랜드의 작곡가 윌리엄 빈센트 월레스 William Vincent Wallace(1813-65)가 에드워드 피츠볼 Edward Fizball(1792-1873)의 가사에 곡을 쓴 오페라 《마리타나 Maritana》(1845)의 2막 1장에 돈 호세가 여왕을 흠모하며 부르는 아리아 <매일 행복한 순간 In happy moments day by day>의 일부이다.
In happy moments day by day,
매일 행복한 나날
The sands of life may pass,
인생의 모래알은 지나가리라
In swift but tranquil tide away 빠르고 잠잠한 조류에 씻겨
From time’s unerring glass.
틀림없는 시간의 모래시계처럼
Yet hopes we used as bright to deem
하지만 우리의 희망은 빛났고
Remembrance will recall,
기억은 사라지지 않아
Whose pure and whose unfading beam 순수하고 지워지지 않은 빛은
Is dearer than them all. 시간이 앗아간 것보다 값진 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