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블룸 목욕하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5장, 블룸은 스위니 약국에서 산 레몬 비누를 왼손에 쥐고 돌돌 만 바통 같은 신문지를 겨드랑이에 끼고 나왔다. 공중목욕탕으로 가는 길이다. 도중에 밴텀 라이언즈 Bantam Lyons를 만나 잠시 얘기를 했다. 경마에 승리할 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던 그는 신문을 요구했다. 블룸은 신문을 버리려고 throw it away 하던 참이니 가져라고 했으나 밴텀은, 무슨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펼친 신문을 블룸에게 돌려주며 throw it away(스로우 잇 어웨이)이란 이름의 말에 돈을 걸겠다고 작정을 하고 콘웨이 Conway 술집 쪽으로 쏜살같이 사라졌다. 말 뼈다귀 같은 녀석, 행운이 있길. God speed scut.
내기 betting와 도둑질 stealing과 도박 gambling과 제비 뽑기 raffle을 연상했고, 도박 자금을 횡령해서 미국으로 밀항을 해 호텔을 경영하며 돌아오지 않은 남자를 떠올렸다. 미국은 '이집트의 고기 가마 Fleshpots of Egypt'(출애굽기 16장 3절)'처럼 먹을 것과 물질이 풍족한 곳이고, 게다가 범죄자이니 아일랜드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He walked cheerfully towards the mosque of the baths. Remind you of a mosque, redbaked bricks, the minarets.
블룸은 가뿐하게 회교 사원 같은 목욕탕을 향해 걸어갔다. 회교 사원을 떠올리게 해, 붉은 벽돌, 첨탑들. (필자 옮김)
블룸은 아래 사진처럼 약국 바로 옆에 있었던 뾰족탑이 있는 링컨 플레이스 튀르키예 목욕탕 Linclon Place Turkey Bath Company으로 들어간 것이라 착각할 수 있다. 이 목욕탕은 소설의 시대 배경인 1904년에 이미 영업을 중지했고 건물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고 있었다.(주 1 더보기)
주 1. 아일랜드의 공중목욕탕은 1849년 아일랜드 남서부 도시 코크 Cork에 아일랜드 최초의 공중목욕탕이 개장한 이후 1910년까지 성업했다. 더블린에도 많은 공중목욕탕이 있었고, 가장 유명한 것은 1860년에 개업한 링컨 플레이스의 튀르키예 목욕탕이었다. 상류층과 중산계급과 노동자층도 사용했다. 1900년대부터 개인 위생과 주택에 배관시설 설치 등의 이유로 대중목욕탕 사용이 줄어들기 시작했고 소설이 출간된 1922년에는 이미 많은 목욕탕은 문을 닫았다. 1940년대까지는 노동계층은 꾸준히 사용했고 1970년도에는 빈민과 노숙자 등이 사용하는 특별한 시설이었다. 이후로 대중목욕탕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전성기 때 공중목욕탕은 남녀 구분으로 알몸으로 단체로 목욕하는 곳과 개인이 사용하는 욕실 Slipper Bath가 따로 있었다. 소설에 블룸이 목욕탕에서 수음을 할 생각은(Do it in the bath.) 개인 욕실을 염두한 것이다.
소설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할 필요가 없으니 무슨 상관이냐 하겠지만 조이스는 "I want, ... to give a picture of Dublin so complete that if the city suddenly disappeared from the earth it could be reconstructed out of my book 더블린이 갑자기 지구에서 사라지면 내 책[율리시스]으로 도시를 재건설할 수 있도록 더블린을 그리고 싶다"라고 말했듯 있는 그대로의 더블린을 묘사했다.(주 2 더보기)
주 2. 프랭크 버전 <제임스 조이스와 율리시스 저작> 인용구 Frank Budgen <James Joyce and the Making of Ulysses>1934


▶ 이 목욕탕은 1860년에 개장하여 1901년에 영업을 중단했고 1970년에 철거될 때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 현재는 세르반테스 센터 등 상가 및 사물실이 입점해 있다.
사실 블룸은 약국에서 도보로 3분 거리, 약 210미터 떨어진 랜스터가 Leinster street 11번지, 아래 사진에 ④번 위치에 '튀르키예 온수탕 Turkish and Warm Baths'에서 목욕을 했다. 17장 이타카에서 블룸은 ②번 링컨 플레이스 목욕탕이 아니라 ④번 '튀르키예 온수탕 Turkish and Warm Baths'에 갔다고 언급했다.
.. the current issue of the Freeman’s Journal and National Press which he had been about to throw away (subsequently thrown away), he had proceeded towards the oriental edifice of the Turkish and Warm Baths, 11 Leinster street...
프리먼즈 저널과 내셔널 프레스 신문의 최근호를 버리려고 하던 차에 (사실 버렸다), 그는 랜스터가 11번지의 동양식 건물 튀르키예 온수탕으로 향해 갔다. (필자 옮김)
이 목욕탕은 1904년 당시 영업을 하고 있었다.
▶ ① 스위니 약국 ②링컨 플레이스 목욕탕 ③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Trinity College Dublin 남쪽 대문 ④랜스터가 튀르키예 온수탕 ⑤ 킬데어가 클럽 -길 건너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크리켓 경기장 college park가 보인다
튀르키예 온수탕은 사진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위 링컨 플레이스의 약국 옆 목욕탕과 다르게 첨탑이 없었다고 한다. 블룸은 회교 사원처럼 첨탑이 있는 링컨 플레이스의 목욕탕을 언급했는데 사실 언급만 했지 여기로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았다. 그는 ④번 목욕탕을 향해 걸어가다 ③번 위치에 있는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남쪽 대문에 (이 대문으로 대학교 크리켓 경기장 college park로 갈 수 있다.) 붙은 자전거 선수 포스터를 보았고 수위실에 수위 혼블로어 Hornblower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There’s Hornblower standing at the porter’s lodge. Keep him on hands: might take a turn in there on the nod. How do you do, Mr Hornblower? How do you do, sir?
수위실에 혼블로어가 서 있다. 그는 아는 사람인데 목례를 하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혼블로어 씨? 안녕하십니까, 선생님? (필자 옮김)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남쪽 정문 - 혼블로어 수위가 있던 곳. 위 지도의 ③번 위치.
▶ 1904년 튀르키예 온수탕 Turkish and Wam Baths 자리, 현재 Tirinity Point 사무실 건물, 랜스터가 Leinster St. 11번지, 위 사진 ④번
이 목욕탕 옆에는 더블린 트리니티대학교 크리켓 경기장 college park의 공이 날아와 유리창을 깬 킬데어가 클럽 Kildare street Club(위 사진의 ⑤번)이 있다.
랜스타가의 튀르키예 온수탕 Turkish and Wam Baths에서 목욕을 하는 블룸의 내적독백과 서술로 5장이 마무리된다.
Enjoy a bath now: clean trough of water, cool enamel, the gentle tepid stream. This is my body.
이제 목욕을 즐기자. 깨끗한 물통, 시원한 에나멜, 잠잠하고 미지근한 물의 흐름. 이것이 나의 몸이다.(필자 옮김)
목욕탕에 오기 전 잠시 들렀던 만성성당의 성체배령을 연상하듯 나체가 된 블롬은 자신을 보고 예수가 최후의 만찬을 하며 사도들에게 빵과 포도주를 나누어 주며, 이것이 나의 몸이고 피라고 하듯(누가복음서 22장 19-20절) '이것이 나의 몸이다'라고 선언했다.
아래는 5장의 마지막 단락이다.
He foresaw his pale body reclined in it at full, naked, in a womb of warmth, oiled by scented melting soap, softly laved. He saw his trunk and limbs riprippled over and sustained, buoyed lightly upward, lemonyellow: his navel, bud of flesh: and saw the dark tangled curls of his bush floating, floating hair of the stream around the limp father of thousands, a languid floating flower.
그는 향내를 풍기며 녹아가는 미끈미끈 비누로 가볍게 씻고, 따뜻한 자궁 안에, 길게 드러누운 벌거벗은 하얀 몸을 미리 떠올렸다. 그의 몸뚱이와 사지는 잔물결과 파문을 남실거리고 가볍게 위로 떠 있으며 노란 레몬색을 띤 것을 보았다. 그의 배꼽, 육체의 눈, 검게 뒤엉켜 떠있는 곱슬한 숲, 축 늘어진 수 천의 아버지, 떠있는 나른한 꽃 주위로 둥둥 흐르는 털을 보았다. (필자 옮김)
비누칠을 하고 씻은 뒤 탕에 들어와 물속에 누운 흰 몸, 몸뚱이와 팔다리는 노란 레몬빛으로 남실남실, 육체의 봉우리인 배꼽이 보이고, 고불고불하게 얽혀 있는 음모와 수 천 명의 아버지가 될 씨앗의 통로인 음경은 나른하게 떠있는 꽃처럼 힘없이 축 늘어져 있다.
5장을 맨 정신으로 soberly 부둣가 길을 걸으며 시작했던 블룸은 담배, 술, 아편, 무기력, 무위의 즐거움, 꾸역꾸역 먹는 말, 마개 빠진 맥주통에 꾸무럭꾸무럭 나오는 맥주, 독신자, 눈먼 신앙, 거세된 가수, 마취제, 최음제 등의 생각으로 호머의 ≪오디세이≫에 연꽃을 먹는 사람들 로터스 이터즈 lotus eaters가 되어 세우지 못하고 목욕탕에서 나른하게 너부러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