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4장 - 블룸의 아침 (2) 정육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이번 게시물을 요약하면, 돼지 콩팥을 사기 위해 정육점에 있던 블룸은 옆집 가정부(하녀)의 활달한 엉덩이를 보았고 정육점을 나와 집으로 가던 중 그녀를 따라가려다 놓치고, 정육점에서 가져온 신문지 조각에 광고를 읽는다. 이스라엘 정착지에 식수회사 광고를 보며 가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생각, 햇볕을 가리는 회색 구름이 끼자 황무지와 유태인의 고난, 늙음, 죽음이 떠올라 공포감이 그의 살을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침에 덜 깬 몸 때문일 거라고 여기고 운동도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차와 빵과 버터 냄새가 나고 따뜻한 아내의 몸이 있는 집에 어서 가고 싶다. 딸 밀리가 머릿결을 휘날리며 그를 마중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까지의 이야기이다.
옆집 우즈 씨 댁 가정부의 엉덩이를 보려고 그녀를 따라 잡으려는 블룸은 축축하고 부드러운 부신 the moist tender gland 즉 돼지 콩팥을 바지 옆호주머니에 넣었다. 봉지가 아니라 주머니에 넣었다! 정육점 주인은 고맙다고 인사를 하며 블룸이 유태인임을 알고 열렬한 감사를 보내려고 했으나 블룸은 눈을 피한다. 다음에 하자 No: better not: Another time. 블룸이 안녕히 계세요 Good morning라고 말하니, 안녕히 가세요, 선생님 Good morning, sir이라고 화답한다. 스페인에도 헤어질 때 Good bye인 Hasta luego나 Adiós 대신, 아침에는 영어의 Good morning에 해당하는 Buenos días 라고 한다. 처음 만날 때도 이 인사를 하고 헤어질 때도 이 말로 작별한다.
길거리에 나오니 가정부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No sign. Gone. What matter?
정육점에서 집어든 신문지에 다른 광고를 찬찬히 본다. 나무를 심는 독일의 회사인 아젠다스 네타임 Agentas Netaim의 광고이다. 팔레스타인 땅을 튀르키예 정부로부터 구입해 유칼립투스를 심을 수 있다. 현재 이스라엘인 팔레스타인 지역은 1차 세계대전이 종결될 때까지 튀르키예의 소유였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일부인 야파 Jaffa 북부에 오렌지 숲과 수박밭. 대지를 구입하면 오렌지나무, 아몬드나무, 올리브나무 등을 심어주고 수확물은 땅 소유자에게 전달함. 귀하의 성함은 본사 명부에 소유주로 영원히 기록됨 Your name entered for life as owner in the book of the union. 식수회사의 본사는 베를린 서부 우편번호 15, 블라입트로이가 34번지. Bleibtreustrasse 34, Berlin, W. 15.
블라입트로이는 독일어로 '진실하게 살기'라는 뜻이다. 아내 몰리가 오늘 오후 집에서 그녀의 매니저인 보일런 Boylan과 정사를 나누지만 블룸은 부정을 저지러지 않은 안정된 가정을, 땅을 사면 장부에 평생 남듯, 영원히 바라는 희망을 품고 있다. 34번지는 아내 몰리의 나이이다. 소설 시점에서는 그녀는 33세이지만 9월 8에 34세가 된다. 15는 딸 밀리의 나이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 주인공이 사는 집은 유곽 같은 33번지이고 "18 가구"가 있다. 33은 성행위를 암시하고 18은 욕설이라고 하는 것처럼 숫자는 의미가 있다.
팔레스타인 땅으로 유태인의 나라를 건설하자는 시온주의(유대주의)의 계획은 아무 소용이 없을 수도 있다 Nothing doing. 그래도 어리석은 짓은 아니고 해볼 만하다 Still an idea behind it.
은색 소 떼를 본다. 은빛 먼지를 뒤집어쓴 올리브나무들. 가지를 치고 자란다. 올리브는 항아리에 넣어 놓지. 상점에서 산 것 아직 좀 남았다. 몰리는 올리브를 뱉어내, 이제 맛을 알아. Molly spitting them out. Knows the taste of them now. 몰리는 스페인에서 16세까지 살았다. 그런 그녀가 올리브 열매를 싫어한다니 의아하다. 스페인 사람, 특히 남부지역 출신이면 올리브 열매 aceituna(아세이뚜나)를 어릴 적부터 입에 달고 사는데. 몰리의 입맛, 이상하다. 오렌지와 과일 시트런 citron은 종이에 싸서 상자에 있다. 옛날 동네에 살던 이웃 주민 유태인들, 가엾은 시트런 Citron과 낡은 악기 시턴 cither을 든 마스티안스키 Mastiansky가 생각난다. 비슷한 소리가 연속된다. 시트런 과일에 시트런이란 이름의 이웃남자, 악기 시턴 그리고 마스티안스키란 사람. 그때는 즐거웠던 저녁 Pleasant evenings we had then. 향기로운 오렌지처럼 유쾌한 과거. 오렌지는 흠 하나 없어야 해. Must be without a flaw, he said. 초막절(유태인의 추수감사절)에 사용할 과일은 완벽해야 한다.
살수차 Watering cart. 비를 유발하지 To provoke the rain. 물을 공급하는 마차를 보고 비를 내릴 것이라고 상상한다.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On earth as it is heaven.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라는 주기도문 일부를 차용했다.
구름이 태양을 서서히 가린다. 회색. 멀리. 유태인의 고난. 황무지, 사해, 물고기도 없고, 수초도 없고 가라앉은 땅. 황야의 도시들, 소돔 고모라, 이돔에 빗물처럼 내리던 유황 brimestone. '이돔'은 창세기 14장에 언급된 도시가 아니다. 회색, 죽음. 꼬부랑 노파가 길거리를 지나간다. 가장 늙은 종족 유태인들, 포로였던 사람들. 그래도 인구는 늘었고, 죽고 태어났지. 죽었지, 노파의 그것, 세계의 회색으로 꺼진 음부 the grey sunken cunt of the world. '음부'라고 번역했지만 이는 점잖은 말이다. 음부는 privates이고 cunt는 비속어이다. 조이스의 후원자였던 시인 에즈라 파운드 Ezra Pound는 이런 말은 좀 쓰지 말라고 충언했음. 그걸 들을 조이스가 아니었고 sunken 음률에 어울리는 낱말은 cunt 이다.
황폐함 Desolation. 회색 공포가 살을 저민다. 피가 싸해지며 소금 외투를 입은 것 같이 나이가 든 느낌이 든다. chilling his blood: age crusting him with a salt cloak. 창세기 19장, 소돔을 빠져나오던 롯의 아내 뒤를 돌아보다 소금 기둥이 되어버린 것처럼. 아니야, 난 여기 있잖아. 아침에 일어나면 입에 구리터분해 moning mouth, 아침에 일어나면 나는 입냄새 때문에 우울했나 보다. 운동을 좀 해야겠다.
집 가까이 왔다. 울적한 기운이 가신다. 구수한 차 내음, 솔솔 굽히는 빵, 지글지글 버터 소리 To smell the gentle smoke of tea, fume of the pan, sizzling butter. 잠자리에서 데워진 넉넉한 몸에 가까이 왔네. Be near her ample bedwarmed flesh. 그래, 그래. Yes, yes. 침대에 있는 따스한 아내가 그리운 것 같다.
버클리 한길에 접어드니 일순간 따뜻한 햇살이 쏜살같이 달려 왔다. 가냘픈 샌들을 신고 환한 길을 따라. 달려 온다, 그녀가 나를 만나려고, 바람에 금발을 나풀거리는 소녀. Quick warm sunlight came running from Berkeley road, swiftly, in slim sandals, along the brightening footpath. Runs, she runs to meet me, a girl with gold hair on the wind. 딸 밀리가 아버지를 마중 나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