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스페인 시

가을 새벽 Amanecer de otoño 안토니오 마차도

brasero 2020. 11. 16. 19:27

가을 새벽

잿빛 바위 무리
사이 긴 한길
허름한 초원
풀을 뜯는 검은 황소, 산딸기, 덤불, 돌장미
이슬 방울
젖은 땅
구부렁 강가
누런 은백양 길
보라빛 산너머
트는 첫새벽
등에 총을 걸치고
날렵한 사냥개와
길을 가는 사냥꾼

Amanecer de otoño

Una larga carretera
entre grises peñascales,
y alguna humilde pradera
donde pacen negros toros. Zarzas, malezas, jarales.
Está la tierra mojada
por las gotas del rocío,
y la alameda dorada,
hacia la curva del río.
Tras los montes de violeta
quebrado el primer albor:
a la espalda la escopeta,
entre sus galgos agudos, caminando un cazador.

1917년 판 마차도의 시집 <카스티야의 들판 Campos de Castilla>에 실린 시다. 스페인 중북부 카스티야 지방 소리아(Soria)의 새벽 풍경이다. 바윗덩어리 사잇길과 소박한 풀밭, 검은 투우, 찔레나무, 덤불숲, 시스투스(돌장미), 노란 잎을 나부끼는 은백양이 늘어 선 두에로 강가, 먼 산 뒤로 밝는 여명, 그레이하운드 사냥개를 데리고 소총을 진 사냥꾼 길을 간다.

이베리아반도 카스티야 지역의 소리아의 풍경은 박목월의 시 <나그네>가 그린 한반도 남도의 풍경과 묘한 대조가 된다. 

나그네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은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