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어 최고 문학상인 세르반테스상을 수상한 바르셀로나 출신 소설가 에두아르도 멘도사 Eduardo Mendoza (1943~)의 소설 ≪La ciudad de los prodigios 천재들의 도시≫(1986)를 적절하고 멋있게 번역한 민음사의 ≪경이로운 도시≫(2017)의 일부를 읽어 보자.
"이제 맏딸이 둘째 딸을 도우며 부엌에서 빵을 굽고 있었다. 에프렌 카스텔스는 벌써 십사 킬로그램이나 되는 빵을 혼자서 먹어 치웠다. 에프렌 카스텔스는 빵 때문에 발기가 풀리지 않아 아파 죽겠다고 투덜대면서도 계속해서 빵을 먹었다." (경이로운 도시 2. 김현절 역. 민음사. 2017:91)
위 번역에 따르면 에프렌 카스텔스는 제공된 빵을 양껏 먹었고 이 빵 때문에 지속발기증의 고통을 호소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빵을 멈추지 않고 먹었다고 했다. 빵이 비아그라 역할을 했다는 것이 신기하지만 배가 고픈 에프렌이 탄수화물을 섭취하게 되어 힘이 솟아날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럴까. 원본을 보자.
"Ahora ella ayudaba a la mediana en la cocción de panellets, de los que el gigante había consumido ya catorce kilogramos a pesar de que los piñones le producían, según dijo, ataques agudos de priapismo."
아래와 같이 옮겨진다.
"이제 부엌에서 큰 딸이 둘째를 도와 아몬드잣과자를 구웠다. 거인 에프렌 카스텔스는 잣 때문에 발생했다고 하는 지속발기증의 통증에 시달렸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어느새 십사 킬로그램이나 되는 잣과자를 먹어버렸다."
민음사의 번역본처럼 음경강직증의 원인은 빵이 아니라 아몬드잣과자 panellets의 잣들 los piñones 때문이었다고 원본은 에프렌의 말을 빌어 설명하고 있다. 그런 잣과자를 무려 십사 킬로그램이나 먹어치웠다고 했다. 잣에는 비타민 E가 많아 혈액 응고를 방지하고 순환을 촉진해서 정력에 좋은 음식인데, 이 사실에 착안하여 멘도사는 무려 십사 킬로그램이란 양의 잣과자를 먹었다는 과장을 하며 익살을 부렸다.
아몬드잣과자 panellets을 빵으로 옮기고 los piñones를 생략해서 문장을 매끄럽게 흐르게 하고 한국인 독자의 생소함을 들어 준 것은 좋지만 번역 문장이 거칠지언정 - 아몬드잣과자와 잣으로 번역한 문장이 투박한지 판단을 해보시길 바란다 - 원본에 있는 그대로 옮길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스페인 남자들은 빵만 먹어도 받들어 총 상태가 지속되는 행복하거나 불행한 족속이라는 불필요한 오해를 조장할 수 있다.
피를 왕성하게 공급받아 지속 발기를 하도록 돕는 잣을 붙인 아몬드잣과자 panellets는 사실 스페인의 카탈루냐주, 발레아레스주, 아라곤주 및 발렌시아주에서 11월 1일 성묘를 가는 토도스 로스 산토스(Todos los Santos)와 밤 수확을 축하하는 카사타냐다 (Casatañada) 날에 먹는 과자(dulce)이다.
아몬드잣과자 - 파네예츠 조리법
- 재료: 아몬드가루, 달걀, 레몬 껍질 잘게 썬 것, 설탕, 잣
- 아몬드가루, 설탕, 레몬, 달걀 한 개를 넣어 반죽을 만든다.
- 반죽으로 동그랑땡을 만들고 달걀을 입혀 잣을 붙인다.
- 잣을 붙인 것에 다시 달걀물을 바른다.
- 오븐 170도에 15분 구우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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